만 18세 고등학생 유권자는 4·15총선에서 작은 변수 정도로 취급됐다. 몇 표 안 되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고등학교 3학년 유권자는 7556명이다. 한 학교에 52명꼴이다. 특수학교를 포함해도 8093명에 그친다. 이 때문에 고등학생 유권자는 선거의 유불리를 따질 때나 가끔 언급됐다. 젊은 유권자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할 거라든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분개해 미래통합당에 표를 줄 거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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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총선을 열흘 앞둔 5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해양레포츠 동호인들이 스탠딩 패들보트를 타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그러나 국제신문이 만난 부산 18세의 ‘고등 보터(Voter)’들은 어른의 생각과는 별개로 청년 유권자로서 누구보다 진중한 자세로 한국정치를 대하고 있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선 어른들이 쏟아내왔던 의견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냉철한 식견을 보였다. 그들의 진가는 결코 선거판의 ‘미미한 변수’로 폄하될 수 없었다.
‘조국 사태’를 논하며 이들은 조 전 장관과 그의 딸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던 여론과 달리 사안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18세 유권자와의 좌담회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부산대 인근 카페에서 이뤄졌다. 왕윤영(동래여고 3년) 양은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공정이란 가치에 예민하다”면서도 “하지만 조국 사태는 한 개인의 불공정이라기보단 그런 편법을 가능하게 한 교육제도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젊은 세대가 그런 교육제도에 대해 ‘안 된다’고 말했을 때 어른들은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화두가 된 뒤에야 마치 청년을 대변하는 척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서현(동래여고 3년) 양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부모의 능력에 편승해 쉽게 대학에 진학한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다른 당 의원의 딸도 비슷한 의혹을 샀다. 여러 개인이 불공정한 일을 벌였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구조가 유지된 게 진짜 문제다”고 말했다.
청년을 핑계로 자신들의 입맛대로 말하는 정치인과는 선을 긋기도 했다. 신우영(동래고 3년) 군은 “현 수시 제도는 원래 목적과 취지를 완전히 부인하는 형태다. 조국 문제도 그래서 불거졌다”고 말한 뒤 “그렇다고 정치인들이 청년을 방패로 삼아 정시 확대 등 시류에 편승하는 목소리를 내는 건 옳지 않다. 시험 한 번으로 대입을 결정하는 게 올바른가. 수시를 공정한 방식으로 개선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고등학생 등 청년을 위한 정치가 자리 잡을 방안으로는 ‘당사자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왕 양은 “‘청년이 하는 정치’가 곧바로 청년의 삶에 도움을 주는 정치를 뜻하진 않는다.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은 청년과 연령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청년과 공감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결국 청년을 정치계로까지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청년의 공감대가 모여 한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청년 본인들의 정치적 활동 또한 간과될 수 없었다. 이재호(용인고 3년) 군은 “정치권이 지금은 청년을 대변하는 척 하지만, 선거 후에도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할지는 의문이다”며 “청년 당사자가 하는 정치는 ‘청년을 위한 정치’일 수밖에 없다. 청년이 말하는 요구를 이해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