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밝힐 ‘과거사법 개정안’이 20여 일 뒤면 자동폐기된다. 절박해진 피해 생존자가 909일간 노숙농성 끝에 결국 지난 5일 국회 지붕에 올랐다. 풀리지 않은 부산의 역사적 슬픔을 지역 국회의원들은 외면했다.
과거사법 심사가 이뤄질 법제사법위원회의 간사인 미래통합당 김도읍(북강서을) 의원은 6일 “과거사법이 법사위로 왔느냐”며 “법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법사위 소속 통합당 장제원(사상) 의원도 “법사위는 간사 간 협의로 열린다. 난 잘 모른다”고 했다. 최악의 인권유린 사태가 벌어진 형제복지원은 장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 주례동에 있었다.
박재호(남을) 최인호(사하갑) 김영춘(부산진갑) 전재수(북강서갑)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부산 의원도 형제복지원의 진상 규명에 무심했다. 민주당은 이날 과거사법 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부산 국회의원들은 없었다. 기자회견문 서명에 동참한 의원들도 모두 수도권 출신이었다. 전재수 부산시당위원장은 “기자회견문 서명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1대 국회에 입성할 초선 당선인도 당내 문제에만 목소리를 낼 뿐 형제복지원 문제는 ‘뒷전’이다. ‘민생 ’을 외쳤던 이들의 선거철 다짐은 ‘헛구호’였던 셈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이라고 홍보하는 통합당 김미애(해운대을) 당선인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했다. ‘보수 개혁 전도사’를 자처하는 같은 당 박수영(남갑) 당선인은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과거사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심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0여 년 전 한 복지원에서 지옥같은 일이 있었다. 파악된 사망자만 500명이 넘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30년이 넘도록 베일에 싸였다.
부산 당선인들은 4·15총선 때 “지역민과 함께 하겠다”며 표를 달라고 했다. 선거가 끝난지 21일, 부산 당선인의 ‘변심’에 형제복지원의 통곡은 깊어진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