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기약없는 과거사법 개정, 20대 국회 임기내 꼭 처리해야”

형제복지원 생존자 최승우 씨 “진상규명 마지막 소명이자 소망”

  • 국제신문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20-05-06 22:04:29
  •  |  본지 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국회 현관 위서 이틀째 고공농성

- “가방에 빵 있단 이유로 끌려가
- 하나뿐인 동생도 얼마 뒤 입소
- 폭행 견디며 함께 벗어났지만
- 동생은 결국 스스로 목숨 끊어”

   
문희상 국회 의장님께. 의장님 안녕하십니까. 최승우(51·사진) 씨의 이야기를 드리려 6일 편지를 씁니다. 국회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촉구하며 지난 5일 오후 3시 의원회관 출입구 지붕에 올라 단식 농성에 돌입한 ‘형제복지원 생존자’. 네, 그 최승우 씨 이야깁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최 씨는 도시철도 국회의사당역 출구 지붕에 올랐습니다. 24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다 병원에 옮겨진 그분,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앞서 부산 형제복지원 터에서 청와대까지 486㎞를 걸어 당도했고, 국회 정문 앞에서 1000일 가까이 천막을 치고 농성한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최 씨가 부산 형제복지원에 갇힌 건 1982년 4월의 일입니다. 당시 개금중 1학년이었던 그는 하굣길,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렸습니다. 가방에선 빵과 우유가 나왔습니다. “훔쳤지?” 빵과 우유는 ‘불우가정’ 학생인 그가 학교에서 받은 급식이었습니다. 14살 소년은 부끄러움에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경찰관은 말했습니다. “훔쳤네. 혼 좀 나야겠다.”

경찰의 전화 한 통에 형제복지원으로 넘겨진 소년은 첫날 그곳 24소대장으로부터 동성 성폭행을 당합니다. 형제복지원 안에서 소년은 ‘통띠’(뒤를 내주는 남자)로 통용됩니다. “3000여 명 중 ‘통띠’라 불리며 성 노리개가 된 건 단 2명입니다. 저는 아직도 볼일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최 씨가 어렵게 털어놓은 말입니다. 개금시장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건어물을 팔던 그의 할머니가 사라진 손주를 찾아 나섰습니다. 할머니가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한 곳은, 다름 아닌 손주를 형제복지원에 잡아 넘긴 그 파출소였습니다. 최 씨의 하나뿐인 동생도 오락실에 갔다는 이유로 1985년 형제복지원에 넘겨집니다. 아는 척도 못 했지만 그래도 형제는 서로의 존재에 기대 그곳에서 자행된 폭행·학살의 피해자이자 목격자로 삶을 버텼습니다. 1986년 10월 형제는 살아서 형제복지원을 벗어났지만, 악몽 같은 기억을 떨치지 못한 동생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버렸습니다.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 모임’ 한종선(오른쪽 세 번째) 대표가 20대 국회에서 과거사법을 통과시킬 것을 여야에 촉구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4년 8개월 간 가혹행위를 견딘 최 씨의 몸은 성한 곳이 없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은 그가 생의 마지막 소명처럼 움켜쥔 소망입니다. 2018년 형제복지원 입소자 명단 보도를 계기로 그해 말 20대 국회에서 과거사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희망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는 20대 국회가 문을 닫기 직전인 여태 기약이 없습니다. 38년 전 삶을 유린당한 소년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 삼아 어린이날 다시 고공에 발을 디딘 이유입니다.

오늘 최 씨가 전하는 말로 편지를 줄입니다. “생존자들은 너무 오랜 세월 속았다. ‘앞으로’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20대 국회에서 나온 개정안은 20대 국회의 약속 아닌가. 왜 또 ‘다음’을 핑계 삼나. 형제복지원 진상 규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의지는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코로나 공포 남하 중…부산도 ‘조마조마’
  2. 2부산 아파트값 상승세 내륙지역으로 확산
  3. 3김해신공항이 생태계 다 망친다…환경부 지적 문제만 29개
  4. 4양정 기사식당 앞 보도 추진에 상인 반발
  5. 5정보공개 심의위원 과반이 공무원…이의신청 3분의 2 기각
  6. 6개점휴업 크루즈시설 활용도 높인다
  7. 7엘리베이터내 감염 의심 또 나와
  8. 8부산 서구 일본인 명의 땅, 72년 만에 33필지 첫 확인
  9. 9연금복권 720 제 9회
  10. 10라이징스타(코스닥 유망 기업) 없는 부산, 블록체인특구로 ‘제 2 웹케시’ 키워야
  1. 1文 “투기성 주택 보유자 부담 강화…주택 물량도 늘려야"
  2. 2문정인 “가장 나쁜 볼턴, 더 추한 아베”
  3. 3통합당 “3차 추경 처리 불참, 내주 초 국회 복귀”
  4. 4중앙·지역서 보폭 넓히는 김기현
  5. 5정세균 총리, 포스트 코로나 ·경제 광폭 행보…‘대망론’ 솔솔
  6. 6“부산시의회 갑질 의원에 행문위 왜 맡기나” 여론 비등
  7. 7“금융중심지 위상 세울 부산 금융특구청 짓자”
  8. 8이낙연·김부겸 당권 경쟁 돌입…내주 전대 공식 출마 선언키로
  9. 9문 대통령 “미국 대선 전 트럼프·김정은 회담 추진”
  10. 10이선호 울주군수 "코로나19 지원금 추가 지급 하겠다"
  1. 1한국해양정책연합 ‘1기 해양리더 아카데미’ 입학식
  2. 220일부터 부산서도 해외직구 통관
  3. 3수과원-시수자원연, 낙동김 개발 위해 맞손
  4. 4개점휴업 크루즈시설 활용도 높인다
  5. 5연금복권 720 제 9회
  6. 6주가지수- 2020년 7월 2일
  7. 7금융·증시 동향
  8. 8부산시 시니어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공모
  9. 9부울경 노동수요 10년새 감소
  10. 10한국주택금융공사, “재밌지예~온라인 주택금융강좌”
  1. 1부산 어린이집 집단 장염 증세 … 보건당국 "신고 늦어"
  2. 2번영로 역주행 음주 운전자 택시와 정면 충돌
  3. 3부산 가야홈플러스 앞 도로 상수도관 파열
  4. 4부산서 방문판매 업체 잇단 적발 … 경찰 “이용 자제” 당부
  5. 5한밤 중 통영 동호항 정박 중인 어선에서 화재
  6. 6등록금 환불 요구에 2학기 수업방식 고민하는 부산 대학가
  7. 7경찰 “이춘재 14명 살해, 추가 성폭행도 9건” … 수사종료
  8. 8경주시체육회, ‘가혹행위’ 경주시 트라이애슬론 감독 직무 배제
  9. 9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공유한 대학생 불구속 입건
  10. 10경남도, 어린이집·유치원 급식시설 식중독 불안 없앤다
  1. 1‘황소’ 황희찬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2. 2부산, 3년7개월 만의 강원전…승격 패 설욕·시즌 2승 노린다
  3. 3NBA 시즌 재개에 1800억 원 투입
  4. 4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홍순상 10언더 코스 레코드
  5. 5‘들쭉날쭉’ 샘슨…“너의 진짜 실력 보여줘”
  6. 6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2020 시즌 전면 취소
  7. 7캐나다 정부, 격리특혜 난색…류현진, 토론토 입성 빨간불
  8. 8미셸 위, 출산 열흘 만에 유모차 끌고 필드로
  9. 9‘득점기계’ 메시 통산 700호 골 금자탑
  10. 10필승조 구승민·박진형 흔들…롯데 7월 ‘어쩌나’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