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사위원장에 마지막까지 발목
- 정의당도 상임위원장 투표 불참
- 김태년 “대단히 송구스럽다”
- 與, 추경 심사·공수처 속도전
- 통합당 “靑 출장소냐” 규탄
- 정국 경색 장기화 불가피
176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전석을 갖고 의회 운영에 나선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정치실험이다. 문재인 정부 하반기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지만, 무한책임도 짊어질 수밖에 없어 그만큼 정치적 부담도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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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왼쪽)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국회의장실을 나오고 있다. 이용우 기자 |
양당 협상이 이날 오전 끝내 결렬되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오후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개의를 선언했다. 오후 2시 20분께 시작된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은 1시간 반 만에 종료됐다. 11명의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일사천리로 뽑혔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이날 본회의는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통합당과 국민의당, 통합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은 불참했다. 민주당의 우군인 정의당도 “일당 독식 사태”라며 민주당을 비판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대단히 송구스럽다”(김태년 운영위원장), “유감스럽다”(윤관석 정무위원장), “마음이 가볍지 않다”(박광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는 등의 소회를 짤막하게 밝혔다.
통합당은 본회의장 맞은편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청와대 출장소”, “일당 독재”, “핵폭탄 투하” 등으로 박 의장과 민주당을 규탄했다.
양당은 전날 협상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으나 마지막까지 ‘법제사법위원장’에 발목 잡혔다. 전날 협상에서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에 대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집권당이 우선 선택권을 갖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에 협상권과 결정권이 분리돼 있었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협상 결렬의 배후로 지목했고, 통합당은 “거대 여당의 폭주에 청와대 압박이 있었다”고 의심했다.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은 3차 추경 처리, 코로나19 해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현안 추진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현안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야당 탓만을 할 수 없게 됐다.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이 사라짐에 따라 상임위원장 독점 체제가 ‘양날의 칼’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정국 경색도 불가피해졌다. 애초 ‘원내 투쟁’으로 가닥을 잡았던 통합당은 당분간 ‘국회 보이콧’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로텐더홀에서 입장문을 내고 “너무나 절망적이고, 대한민국 헌정이 파괴되는 것을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갈 바를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의사일정에는 당분간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이날 국회 상임위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한편, 강제 배정된 상임위원직도 내놓겠다고 사임계를 제출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9월까지 사보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대립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지금의 괴로움을 견뎌 1년여 후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에 불탄다면 오히려 좋은 계기”라고 자당 의원들을 독려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