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I, 2017년 사업 예타조사
- "항공법상 장애물 저촉" 지적
- 국토부 "문제없다" 입장 고수
- 검증위도 못이겨 법제처에 의뢰
- '공항시설법 제34조 제1항 1호'
- 검증위, 법제처에 유권해석 요청
- 임오산·경운산 등 절취 판단시
- 지자체장도 협의 대상이냐 물어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확장)안 검증위원회가 법제처에 의뢰한 법령해석 요청서의 관건은 결국 ‘안전’이다.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김해신공항 활주로 인근 산악 등 자연장애물의 존치 여부가 ‘협의 대상’이냐는 것이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비행절차 수립 때 임호산, 경운산 등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고, 국토교통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분과 위원 대다수도 항공기가 김해신공항 인근 산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김수삼 총괄 검증위원장이 안전 문제를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맡기면서 사실상 국토부의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문제는 김해신공항안에 대한 안전성 우려는 부울경만의 지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7년 김해신공항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구릉 등 장애물을 절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증위가 공정하게 검증해야 할 ‘안전’ 문제를 국토부의 고집 아래 법제처에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돌 우려 산 절취 판단 국토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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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신공항안 검증위원회가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2002년 4월 15일 승객 155명과 승무원 11명 등 166명을 태운 중국국제항공공사 소속 여객기가 경남 김해 돗대산 기슭에 추락한 모습. 국제신문 DB |
검증위가 지난 5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법제처에 해석을 의뢰한 법령은 ‘공항시설법’이다. 항공기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물의 제거를 규정한 법령이다. 다만 각 호에 따라 장애물의 기준, 존치 판단 주체 등을 달리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검증위는 공항 건설 때 자연장애물 존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어떤 법령을 적용해야 하는지 물었다. ‘갑설’은 공항시설법 제34조 및 시행규칙 제22조를 적용해 산악 및 구릉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을설’은 공항시설법 제24조 및 시행령 제31조에 따라 비행안전성 지장 여부 검토 시 장애물 존치 여부를 판단하므로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다. ‘갑설’은 부울경을 비롯한 안전분과 위원 다수의 의견이고, ‘을설’은 국토부를 비롯한 소수의 의견이다.
이에 법제처는 “관계 행정기관인 부산시가 산악 또는 구릉이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협의를 요청한 경우에 관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해석대상 법령이 없다”며 요청서를 반려했다. 부산시가 안전에 문제 없다며 장애물 방치를 요구하는 경우에 대한 규정은 있어도 반대 상황에 대한 규정은 없다는 얘기다.
이후 검증위는 지난달 법령해석 범위를 좁혀 재질의했다. 공항시설법 제34조에 따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임오산, 경운산 등의 절취 여부가 협의 대상이냐는 질문이다. ‘갑설’은 지자체장과 협의 대상이라고 보는 반면 ‘을설’은 협의 대상이 아닌 국토부의 단독 결정 권한이라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르면 국토부의 ‘안전성’ 판단에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셈이다.
■ KDI도 안전 지적… 검증위는 떠넘겨
김해신공항안의 안전성을 최종 검증해야 할 검증위가 법제처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울경 정치권에서 “법제처의 답변을 기다리는 건 의미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앞서 김해신공항안의 안전 문제는 지적된 바 있어 검증위의 법제처 유권해석 의뢰는 더욱 의구심을 낳는다. KDI는 2017년 4월 실시한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본 조사에서 장애물 제한표면을 초과하는 장애물에 약 6600만㎥의 구릉이 포함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KDI의 의견에도 국토부는 당시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 국토교통부의 의견에서 항공법 제8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장애물 절취는 불필요한 사항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에, 본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장애물 절취에 따른 비용은 고려하지 않는 전제 하에 분석을 수행함’이라는 의견이 포함됐다.
항공법은 이후 현재의 공항시설법으로 개정됐다. 검증위가 국토부의 고집에 못 이겨 안전 문제 판단을 법제처에 미뤘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공항시설법 제34조 제1항 제1호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사업시행자등과 협의하여 (장애물의) 설치 또는 방치를 허가.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