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치’. 글자 그대로 정치권이 여야 구분 없이 협력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초당적 협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틈만 나면 협치를 다짐하곤 하는데, 그만큼 말처럼 쉽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열린 부산 여야정 예산정책협의회도 협치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재검증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4·15 총선 이후 처음으로 지역 여야 국회의원 18명 전원이 참석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관련,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다면 더할 나위 없는 바람몰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시민의 기대를 반영하듯 행사 시작 전에 여야는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관련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부산 여야가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4개 항의 공동 성명을 내놨습니다. 문구에 ‘가덕’이 빠지긴 했지만, 여야가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협치를 선언한 것입니다.
하지만 회의 시작과 함께 전혀 다른 분위기가 현장 취재 기자를 통해 전달돼 왔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내기는커녕 날 선 대치를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급하게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가덕신공항 추진을 두고 언쟁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국제신문 10월 29일 자 1, 5면 보도)됐습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이 주고받은 설전을 한 꺼풀 벗겨보면 가덕신공항 건설 자체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되자 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고, 여당 의원은 ‘이만큼 여건을 만들어온 것이 문재인 정부’라고 응수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습니다. 이후에도 야당은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된 후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습니다. 협치 이벤트를 마련해놓고 굳이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했느냐는 비판은 당연했습니다.
공동 성명을 주도한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협의회에서) 약간의 설전은 있었지만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여야 협치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그는 여야 의원 간 소주 회동도 제안해놓은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박 위원장과 절친인 한 기업인은 “박 위원장은 요즘 지인들에게 ‘가덕신공항 건설은 정치를 하는 목적이기도 하다’고 얘기하곤 한다”고 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도 “가덕신공항은 시민의 염원 아니냐”는 말로 협조 의사를 확인했습니다.
시민이 원하는 가덕신공항 완성을 위한 여야의 ‘협치 버스’는 불안하지만 출발했습니다. 시민은 이 문제를 두고 여야 어느 쪽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치하는지, 아니면 정치적 유·불리를 앞세우는지를 지켜볼 것입니다. 최정현 부국장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