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염물질 배출 이유 내세웠지만
- 해외언론 美정권교체 시점 주목
- “동결자산 풀 속셈” 분석나왔지만
- 우리 외교부는 “이란 백신 대금
- 대납키로 협의끝나 가능성 낮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4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나라 유조선 ‘한국케미’를 억류한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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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소형 고속정 여러 척이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를 둘러싼 채 항구로 이동하는 모습을 헬기에서 촬영한 영상(왼쪽)과 유조선 억류 와 관련해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 이란 혁명수비대 공개 영상 캡처 연합뉴스 |
CNN은 5일 이란이 2015년 핵협정에 명시된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상향하겠다고 한 발표와 한국 선박을 억류한 것은 곧 출범할 조 바이든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이 선박이 오염 물질을 배출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술보다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란이 한국 선박을 억류하면서 걸프 해역에서 군사적 위력을 과시하고 여타 친미 동맹국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는 뜻이다. 또한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원유수출대금을 사용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란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의약품과 방역 물품을 수입하기 위한 외화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약 70억 달러(7조6000억 원) 규모의 원유 수출대금이 한국에 동결돼 있다. 이 자금은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한국 내 우리은행과 IBK은행 등 2곳에 원화 계좌로 예치됐다. 이 계좌는 2018년 미국이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해 이란중앙은행을 제재명단에 올리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유조선이 나포돼 그 배경으로 동결자금이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이란과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코로나19 백신이 인도적 거래 범주에 속하는 만큼 이 같은 자금 활용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이란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란 동결 자금을 ‘코백스 퍼실리티(세계보건기구가 주도하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 사업)’ 대금 대납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미 미국 재무부의 특별 승인까지 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한국 내 동결돼 있는 원유대금을 이란의 백신구매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사전에 논의하고 합의를 한 상태인 만큼 나포 배경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정권교체기의 미국과 이란의 대치 국면에서 발생한 만큼 이란이 바이든 정부를 향해 제재를 풀고 핵합의에 조건 없이 복귀하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이란의 동결자금이 있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희생자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동맹에 이란의 메시지가 전달됐고 모든 사안은 연결돼 있다”고 보도했다. 마수드 폴메 이란 해운협회장은 이날 “한국 배는 반복적인 환경법 위반 혐의로 나포됐다”며 “반드시 환경 오염에 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외교부는 현지 교섭을 위한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대표단은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반장으로 하고 아중동국과 해외안전관리기획관실 직원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오는 1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한다.
이은정 정유선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