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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친문, 이재명 때리기…공멸 부른 ‘친박의 김무성 견제’ 닮아

여당 주류세력의 권력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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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주류세력 연일 이 지사 저격
- 우파정책 비난에 탈당 압박까지
- 文대통령과 대립각에 거부감 커
- 李 정권 잡을 땐 청산 대상 우려

- 李, 원팀 강조하며 감정전 자제
- 靑 공격받은 金의 대응과 흡사
- 金, 그럼에도 친박 못 끌어안아

- 역대 정권 주류 권력 다툼 전패
- 치킨게임 될지, 견제 성공할지
- 친문 세력의 李 저격 결과 주목

친문(친문재인) 핵심 진영을 포함한 민주당 주류 측에서 릴레이식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저격하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 지사를 어떻게 하든 주저앉혀 보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선 6개월 전까지로 당헌에 규정된 대선후보 선출 시기를 연기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친문 지지층에 끊임없는 구애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여권의 이 같은 권력 다툼은 박근혜 정권 당시 대권주자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친박(친박근혜)계의 견제와 닮은 꼴이다. 당시 여권 내 친박 세력은 김무성 대표를 무차별 공격하면서 깎아내렸지만 결국 공멸했다.

직선제 이후 역대 정권을 보면 여당 주류세력은 비주류에게 정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어김없이 무리수를 두면서 당내 비주류 실력자를 견제해왔다. 하지만 한 번도 뜻을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내부 권력 투쟁은 ‘치킨게임(마주 보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 게임)’으로 끝난 경우도 없지 않았다. 여권 주류는 언제나 자신만만했지만 자신들이 직접 차기 권력을 잡았던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내년 대통령 선거(3월 9일)가 정확하게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거대 여당의 주류인 친문은 성공할까.
‘2017년 대선 민주당 경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문재인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012년 국민행복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무성 총괄선거대책 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악수하고 있는 장면. 국제신문DB
■문제는 친문의 ‘이재명 불신’

친문 핵심 진영에서는 전·현직 국무총리와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나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정책구상에 관한 ‘포퓰리즘’ 공세는 물론이고 ‘우파정책’이란 정체성 시비로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제3 후보론이나 당 일각에서 거론한 경선 연기론도 이 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심지어 탈당을 유도하는 언급까지 터져 나왔다. 하나같이 이 지사를 축출하고, 친문 진영의 대선후보를 키우기 위해 시간을 벌어보자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친박들이 김무성을 못 믿었듯이, 친문들도 이재명을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문은 정서적으로도 이 지사와 맞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지사의 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후보경선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자기가 발표한 정책 내용도 모른다’는 식으로 면박을 줬는가 하면, 여권에서는 금기사항인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채용 비리’ 문제를 언급하기까지 했다. 김두관 의원이 2012년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 비극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했다가 아직 친문들로부터 ‘사면’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참고할 만하다.

이 지사를 향한 또 다른 거부감은 불안감과도 무관치 않다. 역대 대통령 중 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전 정권에 몸담았던 인사들은 ‘청산’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이 지사의 스타일상 대통령이 되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알 수 없어서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위는 물론, 친문 세력에 대해서도 비수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여권이 (지지율) 1위 주자인 이 지사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왕따시키고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 지사는 언제든 친문을 물갈이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여권은 이 지사에게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법 추진을 둘러싼 ‘레임덕’ 논란이 일었을 당시, 이 지사가 SNS에 ‘오리’로 보이는 사진과 함께 “전에 못 보던 새인데 이름이 궁금하다”는 글을 올리자 즉각적으로 “레임덕을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편한 관계다. 다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후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급상승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여권 내에서도 ‘이길 수 있는 후보’가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이 지사에 대한 옹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껏 몸을 낮추지만…

이에 맞서 이 지사는 나름의 ‘생존 본능’을 작동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 문 대통령과 친문들에게 무척 호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과거의 자신에 대해서는 “어느 날 지지율이 좀 올라가니까 회까닥했다. 싸가지가 없었다”는 말로 친문을 향해 화해의 손짓을 보낸 것은 벌써 오래전이다.

최근 들어서는 문 대통령을 “기재부 사무관만도 못하다”고 비판한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 “망언” “구태” 등의 용어를 총동원해 반격하며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기본소득정책을 비판한 당내 인사에 대해서도 “우리는 원팀” “토론하자” 등의 말로 감정 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탈당 논란에 대해서는 “내 사전에 탈당은 없다”면서 “부족한 점은 고치고, 오해가 있다면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다만, 후보 선출 시기를 미루자는 친문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내전을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지난 정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의 공격에 대응했던 방식과 흡사하다. 김무성 전 의원은 당시 ‘현재의 권력’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충돌할 때마다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소한의 거리라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피가 거꾸로 솟고 모욕적이었지만 그래도 대통령을 위해 참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박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면서도 “당이 박 대통령을 뒷받침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무성 불가론’을 불식시키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이 지사가 당내 주류로부터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두 사람 모두 확고한 지지기반을 가진 상황도 비슷하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친문이나 친박 세력의 폭주를 가능하게 한 배경이 된다. 당내 주류세력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징크스를 친문은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역대 여권 주류, 차기 권력게임 전패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의 주류였던 민정계는 민주계와의 당내 권력 경쟁에서 패배했고, 민정계의 뿌리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결국 단죄를 받았다.

김영삼(YS) 정부에서도 민정·공화계와 민주계의 당내 권력다툼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핵심측근인 상도동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계 인사들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당의 2인자였던 김종필 대표를 끝까지 흔들었고, 김종필은 결국 탈당해 자민련을 창당했다. 그 후 민주계는 상도동계의 최형우 전 의원이 쓰러지고 난 후 이인제 이수성 등 YS의 의중이 실린 후보를 내세우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결국은 당내에서 YS와 대립하면서 민정계의 지원을 받았던 이회창 씨에게 대권 후보를 내줘야만 했다.

김대중(DJ) 정권의 주류였던 동교동계도 ‘리틀 DJ’로 불리던 한화갑 전 의원 등이 대권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심지어 DJ는 민정당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TK 출신 김중권 씨를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당 대표로까지 밀어주면서 후계자로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김중권 전 대표 역시 경선 무대에 제대로 올라보지도 못했다.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는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을 차기 주자로 모색했으나, 당내 구주류들과의 불화로 열린우리당 자체가 공중분해됐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2인자였던 이재오 전 의원을 필두로 한 주류 친이(친이명박)계가 친박계를 끊임없이 견제했고, 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등의 인재를 키우면서 차기 주자로 육성하기도 했으나 친이계의 권력승계는 실패로 끝났다. 박근혜 정권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권력투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폭망했다. 비주류인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잡고 여론조사에서 여야 대권주자 1위로 등극하자 친박계에서 집중 견제에 나섰다. 당 운영에 대해 당내 소수 정파인 친박계에서 먼저 반발하고, 청와대가 나서 쐐기를 박은 것이 김 대표를 견제하는 수순이었다. 결국 20대 총선 공천 룰을 놓고 양측은 충돌했고,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풍으로 파국을 맞았다.

김경국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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