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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물음표 가득한 윤석열, 느낌표 부족한 국힘 플랜B

野, 윤석열 불발 대비 카드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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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잇단 러브콜에도 긴 침묵만
- 대선 나서도 완주 여부 미지수
- 野 자체 필승카드 준비론 솔솔

- 뚝심의 최재형 최적 카드 평가
- 정치와 거리… 가능성 높진 않아

- 경제통 김동연도 합류 기대감
- 낮은 지지율 탓 경쟁력은 의문

- 일각 안철수·홍준표·유승민 등
- 전 후보군 경쟁구도 형성 주장

“대선이 10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윤석열 전 검찰총장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냐.”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권 일각에서 이른바 ‘플랜 B’ 구상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윤석열 카드’ 불발에 대비한 ‘제1 야당의 필승 카드’도 자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플랜B 구상의 골자다.

윤 전 총장이 잇단 러브 콜에 응답하지 않고 ‘잠행’을 계속하자 돌발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의 불확실성으로 야권의 기대심리는 그만큼 줄어드는 반면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만 바라보고 대선을 준비하기에는 위험부담도 크다. 플랜B는 그만큼 야권의 답답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플랜B는 야권 후보군을 더욱 탄탄하게 하는 ‘영역 확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윤 전 총장에 대해 ‘빨리 당으로 들어오라’는 압박일 수도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서 나오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국제신문DB
■모호한 윤석열, 답답한 국민의힘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사표를 던진 이후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5, 6월 입장 발표설이 나돌고 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전까지는 침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임명돼 ‘총장 대행’ 체제가 끝나면 정치 행보에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대선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다.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이 고민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즉 정치할지 말지를 고민하는지, 아니면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선택, 예를 들면 국민의힘과 같이 할지 제3 지대에 머무를지를 고민하는지조차 확인된 바가 없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볼 때는 정치 행보를 하더라도 곧바로 국민의힘에 합류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한다고 해도 ‘꽃길’만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당 안팎의 거센 검증 작업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중도 하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검증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제·국방·외교·안보 등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식견을 보여줄지도 알 수 없다. 전 분야에 대한 식견은 단기간의 벼락치기 공부로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칼잡이’ 윤 전 총장은 원칙주의자 이미지가 높은 지지율의 단초가 됐다.

이 때문에 검증 과정에서 사소한 문제라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든 무방비 상태에서 윤석열 카드를 잃게 되면 국민의힘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을 면할 수 없다.

   
■반기문 반면교사?

플랜 B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반기문 효과’와도 무관치 않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지지율 40%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계속했고, 탄핵 국면에서 보수 진영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민주당을 위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였다. 그러나 귀국한 지 불과 20여 일 만에 느닷없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 지하철 티켓 논란에서부터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언행으로 지지층을 실망시켰고, 혹독한 검증 절차가 시작되자마자 지지율은 하락했고, 결국 중도 하차했다. 높은 지지율은 결국 거품이었던 셈이다.

반 전 총장이 현실정치의 벽에 무릎을 꿇으면서 대권은 당시 야당의 문재인 후보에게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보수 정치권은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고, 제3 지대 빅텐트 구상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면서 보수 후보들이 각개약진하는 상황으로 전개됐고, 문재인 후보의 낙승으로 연결됐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맞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왔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과는 다르다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의 지지율이 새로운 바람을 원하는 기대감에서 온 것이지, 윤 전 총장의 ‘실력’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지율이 얼마나 견고할지는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야권 가용자원 모두가 플랜B

야권의 플랜B는 정치권 바깥에서 찾을 수도 있고, 안에서 찾을 수도 있다. 또 정치권에서 찾는다면 국민의힘 내부에도 있고, 외부에 있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예비주자의 지지율이 미미하다 보니 일단은 당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갈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두 사람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최우선 순위로 최 원장이 거론된다. 최 원장은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우선 여권의 줄기찬 압박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적절성’ 감사를 밀어붙인 뚝심은 정치를 선택할 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최 원장은 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청와대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두 차례나 거절해 끝내 관철함으로써 원칙을 지키는 투사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보수 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최 원장이 후보로 나서고, 윤 전 총장이 지원하는 그림이면 필승 카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현 정권의 적폐 수사를 지휘했던 부분 등 넘어야 할 큰 산이 있지만 최 원장은 그런 리스크도 없다.

하지만 최 원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내년 1월 1일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표를 던질 명분도 부족하다. 현직 감사원장이 사표를 내고 곧바로 정치권에 투신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최 원장 자신도 아직 정치와 관련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 전 부총리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설립해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는 등 몸풀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물러났다. 지난 4·7 재보선 때는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됐고, 최근에는 국무총리직을 제안받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 인사라는 확신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래에는 전국을 돌며 특강정치로 이름을 알리고 나섰다. 강연 내용도 정치와 경제 등 현안이 핵심 주제다. 김 전 부총리는 특강에서 “우리 사회는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고, 더 고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 지표가 아니라 민생이며, 계층 이동 사다리를 유지하는 고른 기회”라고 말하는 등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와 각을 세우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불출마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김 전 부총리를 플랜B로 지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당 내부에서 김 전 부총리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핵심이 될 경제문제를 특장점으로 포장한다면 얼마든지 링 위에 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지지율이 너무 미약해 짧은 기간에 이름을 알릴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처럼 인위적으로 제3 후보를 띄우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힘 있는 여당 주류인 친문재인 세력도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플랜B로 제3 후보를 물색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3선 의원은 “가능한 야권의 모든 후보군을 한데 모아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플랜B”라고 주장했다. 범야권 후보 가운데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원탁으로 불러모아 후보군을 좁혀나가면서 윤 전 총장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김경국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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