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 의원들이 8일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유치를 거론한 데 대해 맹공을 퍼붓는 동시에 비수도권 지역 간 유치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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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 울산 경남 의원들(왼쪽 사진)과 국민의힘 부울경 의원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이건희 미술관’을 부울경 지역에 건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더불어민주당 부울경 의원 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울경 지역은 수도권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문화·예술 분야마저 ‘최후의 불모지’라 할 만큼 홀대받아 왔다”며 “이제라도 수도권에 집중된 국립문화 예술기관을 지방에 고르게 분산 배치해 실질적 문화분권과 균형발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건희 컬렉션을 부울경 지역에 건립하여 지방에서도 전시·관람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부울경 의원들은 황희 문체부 장관의 수도권 건립 발언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민주당 부울경 의원들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문화예술분야의 수도권 초집중과 과밀화를 더욱 부채질해 비수도권 지방민들의 문화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확대시키고 문화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유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거론하면서 지역 내 반발이 거세다.
국민의힘 부울경 의원들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유치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부울경 의원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삼성가(이건희) 미술관 서울 수도권 건립계획을 즉각 취소하라”며 “문체부 발상이야말로 국토 균형 발전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미술관이 수도권에 있으면 여러 미술관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동남권에 온다면 국토 균형 발전, 문화 한국내 제2의 빌바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부울경 의원들이 건립 지역으로 ‘동남권’을 명시한 것은 당 대표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의 대구 유치 공약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3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대구 서문시장에 갔더니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달라고 한다”며 “확실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