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권자 “토론, 후보 파악할 기회”
- 불참자 제재 방법으론 과태료뿐
- 돈 내고 고의 회피할 길 열어놔
- 참석 의무화·벌금 부과 등 절실
- “황금시간대 편성해 활성화 필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주관하는 후보자 TV토론회에 불참하려고 고의 교통사고를 모의했던 김대근 전 부산 사상구청장에게 대법원이 직위상실형을 선고하는 등 단호한 처벌(국제신문 지난달 20일 자 1·6면 등 보도)로 경종을 울렸지만, 현행법으로는 ‘제2의 김대근’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TV토론회를 중요시하는 유권자가 많음에도 선관위와 국회는 토론회 무력화를 막을 대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빈축을 산다.
선관위는 5일 각종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토론회에 불참하는 후보자를 상대로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정당한 사유 없이 토론회에 나오지 않은 후보자에게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한다”며 “과태료 인상과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한 벌금제 도입은 선거운동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재 강화에 유보적인 선관위와 달리 많은 유권자는 TV토론회 필요성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운영을 바라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권자 98.1% ‘후보자 토론회 필요’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 선관위가 한국정치학회에 의뢰해 발표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토론회 효과 분석’을 보면 유권자의 98.1%가 후보자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토론회 시청 후 선거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한 비율 또한 67.9%(매우 높아졌다 13.5%, 조금 높아졌다 54.4%)로 높았다. 그리고 토론회를 통해 선거 정보 습득이 효과적이었다고 밝힌 응답자는 74.5%(매우 효과적 6.8%, 어느 정도 효과적 67.7%)에 달했다. 따라서 현행 1회에 불과한 TV토론회를 3회까지 늘려야 한다고 답변한 이들이 대다수(52.7%)를 차지했고, 2.3%의 응답자는 10회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선관위·국회 “법 개정 계획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에 불참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김대근 전 구청장처럼 토론회 나가지 않고서 과태료도 내지 않으려는 행위는 업무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으론 과태료를 낸 뒤 상대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는 후보자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특히 지역감정이 강한 지역구나, 특정 정당이 유리한 곳은 과태료의 제재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2017년 선관위 주도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과태료를 4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인상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토론회를 중시하는 유권자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려면 공직선거법에 후보자의 토론회 참석을 의무화하고 불참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제재 강화가 절실하다. 하지만 지난 4월 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토론회 활성화 및 불참자 제재 강화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선거를 총괄하고 TV토론회를 주관하는 선관위조차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향후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법 개정에 국회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작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5일까지 제출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모두 18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토론회 참석 의무화와 불참자 제재 강화를 담은 개정안은 한 건도 없다.
앞선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김경수 의원이 TV토론 불참자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당시 여러 개정안을 모아 심사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후보자는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고 불참자는 제재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인정된다”면서도 “과태료와 별개로 선거비용을 감액하는 등의 제재는 과도한 게 아닌지 고려가 필요하다”며 제재 강화를 무산시켰다. 제재 강화안을 냈던 의원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민주당 박용진(서울 강북구을) 의원은 21대 국회에선 제재 강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낼 계획이 없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동료 의원들과 심도 깊은 논의 끝에 폐기된 만큼 현재로선 개정안 발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시민단체 “제재 강화” 절실
소극적인 선관위와 국회와 달리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하루라도 빨리 제재 강화를 포함해 TV토론회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과태료 부과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과태료를 벌금으로 바꾸고 불참 횟수가 누적되면 후보자 자격에 페널티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 개정이 힘들다면 정당의 당헌·당규에 담아 공천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준비가 안 된 후보자의 토론회 회피는 결국 정당의 공천 시스템이 부족한 후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공천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TV토론회를 많은 유권자가 시청할 수 있도록 황금시간대에 편성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 20대 국회 공직선거법 후보자 토론회 불참자 제재 강화안 |
정당 |
후보자 |
주요내용 |
더불어민주당 |
박용진 |
정당한 사유 없이 토론회에 불참 후보자에 대해 선거비용 보전 시 불참 횟수에 10%를 곱한 금액을 감액해 선거비용을 보전 |
더불어민주당 |
김경수 |
정당한 사유 없이 토론회에 불참 후보자에 대해 선거비용 보전 시 20%를 감액해 선거비용을 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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