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형준 부산시장 측이 재판에서 “주요 증인에 대한 조사가 없이 기소됐다. 이는 공소권 남용”이라며 검찰과 충돌했다.

1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3차 준비기일에서 박 시장 변호인은 “검찰이 핵심 증거 자료로 제시한 문건과 관련해 문건 작성자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 작성자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법정을 수사 장소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며 “심각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이 사건과 직접 관련된 국정원 직원에 대한 조사가 전혀 안 돼 있다. 또 문건이 언제 작성됐는지 작성자 근무 당시 직책 등을 알 수 있어야 문건을 신뢰할 수 있다”며 검찰 측에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정원 서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인데 그럼 의심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다. 국정원 운영상 개인의 직원 신상 등은 공개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문건은 보고서 형태로 상단에 작성자 이름이 기재돼 있고 말미에 검토자의 이름도 있다. 국정원 직원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린 것”이라며 “추후 증인으로 신청해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전자 증거에 대해서는 컴퓨터에 입력한 사람 등이 입증돼야 하고, 제출 문건에 ‘가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당연히 원칙대로 하나하나 밟아가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4·7 보궐선거 당시 4대강 관련 국정원 민간인 사찰 지시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불법 사찰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재판은 준비기일로 오는 15일 오후 2시 열린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