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제8대 동시지방선거(내년 6월 1일)가 꼭 18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에 밀려 선거 분위기가 완전히 실종된 모습이다. 여야가 “3월(대선)이 있어야 6월(지방선거)도 있다”며 대선 승리에 사활을 걸고, 대선 기여도를 지방선거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인지도가 없는 정치신인의 속이 타들어간다.
부산에서 구청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 입문생 A 씨는 최근 지역 행사장에서 개인 명함을 돌리던 중 소속 정당 관계자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눈앞의 대선이 우선이니 만큼, 지방선거 준비는 미뤄두라는 지침을 어긴 때문이다. A 씨는 “정당이나 출마 의사를 알리는 게 아니라 단순히 이름과 회사명이 적힌 명함으로 인사만 하는 것이다”고 해명했지만, “지금 이 시국에 무엇이 우선인지 분간이 가지 않느냐”는 타박 아닌 타박을 들어야 했다.
또 다른 지역의 구청장 출마 희망자 B 씨는 경쟁자가 행사장이나 동네에서 개인 홍보 장면이 담긴 사진과 목격자들을 확보했다. B 씨는 “중앙당과 시당의 기류에 맞춰 대선 후보 홍보에 치중하지만 상대는 오직 본인 이름만 알리더라”며 “누가 대선에 더 많이, 열심히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내년 3월 9일 대선 전까지 입후보 희망자들은 개인 선거운동을 지양하고, 대선 승리에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는 대선 결과가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인데,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이 선거일 180일 전인 3일부터 허용되는 ‘명함 배부’ ‘구두 홍보’ 등에 쉽사리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명함 배부 등은 올해부터 처음 허용돼 정치신인들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선의 연장선에 놓인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 교수는 “현역 구청장이나 지방의원은 대선 운동이 자신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인지도가 없는 정치신인은 대선 운동을 한들 당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느낌만 줄 것”이라며 “대선에 가려진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신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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