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연구소 만들고 인재 키워
- 농촌에 구글 등 3만 개 회사 입점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여러 논의가 시작됐지만 공통점은 바로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와 대학도시모델 제안은 모두 실리콘밸리를 낳은 미국 캘리포니아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는 글로벌 명문대인 스루프공대(칼텍)와 스탠퍼드대가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서부지역으로 과거 농업 중심지였다. 칼텍은 1891년 스루프공과대학이라는 이름의 직업전문대학으로 시작했다. 이 대학은 훗날 ‘칼텍의 트로이카’라 불리게 된 과학자 조지 헤일, 아서 노이에스, 로버트 밀리컨 등 세 총장에 의해 급부상했다. 칼텍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록펠러·카네기 재단 등 사립재단으로부터 거액의 연구비를 받았다. 1920~30년대 칼텍에서 20여 개의 대형 실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공계 분야에서 명문대로 성장했다. 특히 밀리컨은 세계적인 인재를 모으려고 노력했다. 인재를 모으고 정부와 민간단체에게서 막대한 연구비를 받아 다시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단번에 세계적인 명문대 반열에 올라섰다.
스탠퍼드대학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포진한 실리콘밸리를 낳은 대학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스탠퍼드가 과거 지역의 한 ‘무명 대학’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1891년 세워진 스탠퍼드대학은 동부의 명문대들보다 200년 이상 늦게 출발했다. 하지만 1950년대 프레드릭 터먼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윌리엄 쇼클리가 들어오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터먼은 과학기술의 산업화에 신경 썼고 쇼클리는 반도체 연구소를 세우고 인재를 영입했다. 이들은 교수들에게 명문대 수준의 연구 업적, 교육 실적을 요구했고 학생에게는 과학기술을 산업화시킬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하도록 독려했다. 정부와 기업은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곳 출신 인재들은 실리콘밸리에 65개 기업을 만들었고 스탠퍼드는 25년 만에 하버드 MIT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농장이 대부분이었던 실리콘밸리는 이제 구글 인텔 등 3만9000개 기업과 54만 개의 일자리, 연간 매출액 3100조 원에 이르는 연구단지로 변신했다.
칼텍과 스탠퍼드 사례는 지역 대학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문대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대학이 있으면 그 대학을 중심으로 인재 기업 연구소가 몰려들고 그 도시는 자연스럽게 인구가 밀집되고 경제가 살아나게 됨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단번에 이룰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칼텍은 10년, 스탠퍼드는 25년이 걸렸다. 실리콘밸리가 완성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장기적인 로드맵과 전폭적이고 지속적인 투자, 지역민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