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윤석열 당선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검찰 권력이 다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교육 정책을 어떻게 실천할지도 관심거리다. 특히 윤 당선인이 13일 인수위원장 인선 발표를 하면서 “여성가족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밝혀 폐지에 무게가 실린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현판 옆 홍보용 모니터 전원이 꺼진 여성가족부. 국제신문DB·연합뉴스

■ 검찰권 강화로 회귀

-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없애고
- 검사 직접수사 범위 넓힐 전망
- 경찰 공안직화·공정인사 약속

13일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책 공약집을 보면 윤 당선인의 사법 개혁은 ‘검찰권 강화’로 요약된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에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도록 개선한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이 공약을 발표하면서 “검찰의 독립성을 더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는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장관과 겪은 극심한 갈등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은 재임 시절 두 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당시 윤 총장과 대립했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 정지, 징계 청구까지 이어졌다. 윤 당선인은 공약 발표 당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악용될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며 추 전 장관을 겨냥하기도 했다. 검찰 예산 독립 공약도 법무부 장관이 갖는 검찰 예산 편성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김으로써 검찰에 힘을 더 실어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공수처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섰다. 윤 당선인이 ‘공수처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데다 선거 과정에서 “개선되지 않으면 폐지”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공수처가 편향적 수사로 공정성을 상실했다. 불법 사찰 시비, 수사 능력 부족, 과잉수사 등으로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공수처 관련 공약은 ‘독소조항’으로 규정한 공수처법 24조 1, 2항의 폐지다. 24조 1항은 공수처가 검찰 경찰과 중복 수사할 때 공수처에 수사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고, 2항은 검찰 경찰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공수처 관련 공약은 172석의 민주당 반대를 뚫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검찰청법과 공수처법 등을 손봐야 하는데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성과를 부정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수처는 독립 기관이라 행정부의 입김이 미치기 어려운 구조고, 김진욱 공수처장도 2024년 1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어 윤 당선인의 의중이 당장 반영되기는 어렵다. 다만, 공수처가 출범한 후 수사 능력에 의문이 제기돼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존재 이유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검경수사권 조정은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대통령령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 검사의 직접 수사의 범위를 넓힐 수 있고, 검사의 6대 범죄 직접 인지 수사를 제한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도 원상복구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10년 전까지 검찰이 전화로 반말하고 욕하는 일이 잦았다. 검사를 상대하는 수사부서의 걱정이 크다. 반면 비수사부서에서는 처우 개선 기대감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경찰 공약으로 실질적 임금 상승 공약인 ‘경찰의 공안직화’와 경찰 최고위직 20%를 순경 출신으로 배치하는 인사 불공정 해소 등을 약속했다.


# 성평등 부서 대폭 개편 예고…젠더갈등 심화 우려

■ 출범 21년된 여가부 운명은

- 민주당 다수석에 폐지 난항 전망
- 0.7%P차 당선도 동력 약화 요인
- 여성계 “성평등 정책 후퇴” 반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여러 차례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를 내세웠던 만큼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한 여성가족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여가부 기능은 크게 여성 정책과 청소년·가족 정책으로 분류되는데 특히 성 평등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정책국이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여가부를 대신해 새로 출범할 부처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공약처럼 여가부 폐지가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여성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부처 폐지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현재 여당이 압도적 다수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난항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불과 0.73%포인트 득표율 차로 신승을 거둔 점도 여가부 폐지 추진 동력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선관위가 윤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화한 지난 10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논평을 발표하고 “구조적 성차별을 제대로 직시하고 헌법적 가치인 성 평등 실현의 책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여가부 폐지 및 성 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을 철회하고 여가부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모든 부처에 성 평등 정책 담당 부서를 설치할 것을 요청했다.

무엇보다 젠더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선 투표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 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결집됐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성 평등 정책 후퇴가 심히 걱정된다. 아직도 성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가부를 없앤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성 평등 문제를 정쟁으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성차별이 더 가해질 세상이 두렵다” 등 SNS를 중심으로 20대 여성들의 탄식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녀 갈등을 부풀린 측면이 있다. 한국은 성 평등 체계가 안 그래도 약한데 성 평등 가치가 무너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국가교육위 7월 출범할까…고교학점제·자사고 명운 촉각

■ 교육정책 변화 주목

- 교총, 교육위 원점 재논의 촉구
- 외고 폐지 등 조정될지도 관심
- 지역대 위기 극복안 마련 과제

이번 선거전이 네거티브로 얼룩지면서 사실상 교육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임기 동안 국가교육 기틀을 바꾸는 굵직굵직한 정책 결정이 예정돼 있다.

우선 국가 인재를 키우는 방향과 방법을 담은 ‘2024국가교육과정’이 올 하반기 고시될 예정이다. 또 이에 맞춰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제도 개편안의 2024년 발표를 목표로 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입제도 개편을 비롯해 국가 중장기 교육정책을 주도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오는 7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실제 출범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와 함께 현 정부가 추진해온 고교학점제와 자사고·외고 폐지 등 논란이 많은 교육 정책들이 어떻게 조정될지도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사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 대학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어 고등교육 개혁도 주요 과제다.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한 전반적인 정원 감축을 비롯해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한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 사립대의 퇴로를 열어주는 정책 등이 어떻게 추진될지도 주목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윤 당선인에게 ▷교육 컨트롤타워 역할인 청와대 교육수석비서관 부활 ▷정파 이념을 벗어난 모두를 위한 교육 거버넌스 구축 ▷기초학력 보장 및 학력 격차 해소 최우선 추진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 ▷국가교육위원회 원점서 재논의 ▷교원 잡무 획기적 감축 및 학교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