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라는 ‘빅 이슈’에만 매몰돼 다른 중요한 부산 울산 경남 공약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대형 공약 외에도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의제와 공약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곧 공개될 새 정부 내각의 해양수산부 장관 인선에 관한 논의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해수부 장관을 안철수 인수위원장 쪽 인사에게 나눠주거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위주의 인선에 대한 비판을 상쇄하기 위한 정략적 논의만 오간다. 해양 수산 현안이 국가의 주요 의제가 돼야 부울경 해운항만·금융·조선업의 상생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이에 정권 출범 초기 힘 있는 정치인 출신에게 장관을 맡겨 해양수산업이 국가 주요 의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윤 당선인의 부산 공약인 해사전문법원 설립도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역 민관정이 윤 당선인의 지역 공공의료 확충 공약을 챙겨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체감한 것처럼 공공의료 인프라가 부실하면 지역민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부산 금정구 소재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는 이런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울산에서도 공공의료원 설립 공약이 들어가 있다. 윤 당선인의 지역 공약 가운데는 부울경 교통망 확충(부울경 GTX 건설 등)도 포함돼 있다.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윤 당선인의 지역 균형 발전 구상(국제신문 7일자 1면 등) 실현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경남 공약 중 항공우주청 설치도 소외돼서는 안되는 현안이다. 항공우주 산업이 밀집한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청을 설치해 사천~창원~부산 서부권을 잇는 항공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부산 강서에는 대한항공의 관련 본부와 공장이, 창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이 있다.

울산 공약 가운데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은 산업수도 울산의 새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또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새 식수원 확보 공약은 세계적인 문화유산 보존과 대체 식수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해야 하는 과제다.

원자력 발전 관련 산업 인프라가 집중된 경남 창원에 차세대 원전 산업 육성을 위해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술 개발 공약을 국정 과제로 채택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연구·개발 자금 지원을 높여 기술 개발을 촉진하면 세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남 공약에는 ‘주력 산업 고도화’도 있는데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의 첨단화를 이끌어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공약은 부산과 울산지역 산업과의 연관성도 높다. 부산의 주력 산업은 자동차 부품업이고, 이 업체들은 부산의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물론 경남과 울산의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다.

인수위는 국정 과제 1차 초안에 대한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이 최대한 부울경 공약을 반영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의미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획조정 분과에서 각 분과에 해당 과제가 입법이나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인지 등의 후속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18일까지 2차 국정과제 초안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