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청장 선거가 6·1 지방선거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5일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하루에 두 차례나 영도구에서 구청장 후보와 합동 유세를 벌인 것이 영도구가 격전지임을 방증해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선거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철훈 후보와 국민의힘 김기재 후보 모두 영도구민의 숙원사업인 ‘영도선’을 공약에 반영한 이유다.

영도 전경. 국제신문 DB

그러나 중요도와 명칭은 서로 다르다. 김철훈 후보는 5대 공약과 별개로 교통 혁신 부문 1호 공약에 ‘도시철도 영도선 건설 추진’이라 명시했지만, 김기재 후보는 5대 공약 중 1호 공약에 ‘도시철도 영도선 건설’로 기재했다. 두 후보는 영도선을 오는 2024년 부산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대상 조사를 통해 사업 대상에 집어넣겠다는 입장이다. 영도선(트램)은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에서 태종대 입구까지 8.28㎞ 구간으로 사업비는 2374억 원이다.

국제신문은 두 후보의 공약을 팩트체크에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6단계 척도(전혀 사실 아님·대체로 사실 아님·절반의 사실·대체로 사실·사실·판단 유보)를 활용해 두 사람의 영도선 관련 공약을 검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훈(왼쪽) 영도구청장 후보와 국민의힘 김기재 영도구청장 후보

①‘2024년 영도선 사업 대상 선정’→절반의 사실.

도시철도법 제5조에 따라 부산시가 수립하고 국토부가 승인·고시한 10년 단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년)에 대한 5년 단위 타당성 재검토가 2020년 실시됐다. 각종 용역과 국토부 승인 등 과정을 거친 뒤 재검토 결과가 지난 1월 발표됐으나, 영도선은 기준치 미달로 탈락했다.

다시 10년 단위 2차 구축계획(2026년~2035년)을 수립하기 위한 조사가 2024년 초에 실시될 예정이다. 국토부 고시 시점은 구청장 임기가 끝난 이후인 2026년 8월로 전망된다.

대상에 선정되려면 우선 2024년 조사 이전까지 미달한 기준치를 올려야 한다. 앞선 조사(2020년)에서 영도선은 B/C(비용 대비 편익) 값 0.640과 AHP(경제성 정책성 지역낙후도 등 종합점수) 값 0.404로 조사됐다. B/C와 AHP 기준 값은 각각 0.7과 0.5다. 현 제도 안에서 국비로 영도선을 건설하기 위해선 잠재적 이용객을 늘려 경제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김철훈 후보는 ▷부스트벨트 조성 ▷태종대 자연·레포츠 체험단지 등을 조성할 예정이고, 김기재 후보는 ▷해양 치유 프로그램 및 데이터센터 유치 ▷둘째 애까지 출산장려금 지급 등을 공약으로 냈다. 매년 인구수가 줄어드는 영도구의 상황 속에서 두 후보의 공약 효과가 2024년 조사 전까지 제대로 발휘될지는 의문이다.

②‘2026년 영도선 사업 이행’→대체로 사실 아님.

김기재 후보 영도선 공약을 보면 ‘2026년 영도선 사업 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김철훈 후보는 영도선 추진만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영도선 사업이 2026년에 이행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 1월 공개된 5년 단위 타당성 재검토 결과 내 ‘연차별 투자계획’을 보면 2026년 2차 구축 계획 고시 전 투자가 시작되는 노선은 하단~녹산선 등 총 6곳이다. B/C와 AHP 값에 따라 나열된 총 10곳 중 값이 높을수록 먼저 투자를 받는 개념이다. 2차 구축계획이 고시되는 2026년에 바로 사업이 이행되려면 적어도 투자 순위 7위인 기장선보다는 높은 B/C(0.827)와 AHP(0.714) 값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점수 차가 커 현실적으로 투자 순위를 뒤집기는 어렵다. 동아대 김회경 (도시계획학과)교수는 “B/C나 AHP 값을 높여 구축계획 기준치로는 올릴 수 있겠지만, 투자 순위를 뒤집을 만큼 단기간에 수치를 많이 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트램보다 설치 비용이 더 저렴한 철도가 나온다면 달라지겠지만, 현재 트램보다 저렴한 철도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