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수용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우리 정부의 북 비핵화 구상이 이명박 절부 시절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며 국체인 핵과 경제협력은 교환 대상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담대한 구상’은 ‘비핵·개방·3000’ 복사판 주장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남측이)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폄훼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식량·인프라 지원 등 경제협력 방안에 정치·군사적 상응조치까지 제공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북측에 제안했다. 특히 정부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논의 등 정치·군사적 상응조치도 포함된 부분을 ‘비핵·개방·3000’과 차별화 된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가장 역스러운 것은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 넘게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내에 아직도 더러운 오물들을 계속 들여보내며 우리의 안전환경을 엄중히 침해하는 악한들이 북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과 의료지원 따위를 줴쳐대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민의 격렬한 증오와 분격을 더욱 무섭게 폭발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더러운 오물’은 남쪽에서 살포되는 대북 전단을 의미한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때 북한의 코로나19 최초 발병 원인으로 남측에서 날아온 대북전단으로 지목, 강력한 보복 대응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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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당시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을 나와 판문각으로 향하고 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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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비난 수위 높여 국내 정치까지 조롱
김 부부장은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가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다”라고 말했다. 사전 연습 중인 한미 간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훈련을 겨냥해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면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쪽은)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밖에 없었는가”하며 “가뜩이나 경제와 민생이 엉망진창이어서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겠는데(…)”라고 조롱했다.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김 부부장은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고 말했다.
●우리 군 정보 수집 능력·한미 공조 체계 비판도
앞서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이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참으로 안됐지만 하루전 진행된 우리의 무기시험발사지점은 남조선당국이 서투르고 입빠르게 발표한 온천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시의 ‘금성다리’였음을 밝힌다”고 우리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이 낮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늘쌍 한미사이의 긴밀한 공조하에 추적감시와 확고한 대비태세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외우던 사람들이 어째서 발사시간과 지점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지, 무기체계의 제원은 왜서 공개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고 비아냥댔다. 그러면서 “제원과 비행자리길이(비행거리) 알려지면 남쪽이 매우 당황스럽고 겁스럽겠는데 이제 저들 국민들앞에 어떻게 변명해나갈지 정말 기대할만한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조롱했다.
한편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북한이 그러한 제안을 수용해 비핵화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면 환영할 만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점진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