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사실상 받아들였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출범하자마자 붕괴할 처지에 놓였다.
● “일부 최고위원이 비상 상황 만들어”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상대책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고 봤다.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이 ARS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위법하거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봤으나,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로 전환할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최고위·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은 당사자적격이 없어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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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상임고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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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경 “우리 당 폭주에 제동”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 그룹과의 권력 투쟁에서도 반격의 기반을 잡게 됐다. 당 지도부 붕괴를 초래한 최고위원 줄사퇴와 윤리위 결정 등에도 정치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태경 의원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내려지자 페이스북에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다. 법원이 우리 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하 의원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당시 이 전 대표를 ‘강제 해임’하는 당헌 개정안을 부결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 전 대표의 복귀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 의원은 “최근 한 달여 간 당이 진행시킨 일들이 정당민주주의에 위반된다는 법원의 지적이 매섭다”면서 “국민의힘이 반민주정당으로 낙인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라도 민주적인 정당으로 재탄생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탄생한 정권에서 그 여당이 공정과 상식을 철저히 말살하는 짓을 저지른 것을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나. 너무 슬프고 괴로운 날”이라고 했다.
앞서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최고위원에서 차례로 사퇴한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을 언급한 뒤 “몇몇 최고위원들이 마음먹고 동반 사퇴해 당 대표의 궐위를 이끄는 식으로 지도체제를 흔들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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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체재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법원 심리에 직접 참석하기 위해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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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당이 책임소재 가려야”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BBS 라디오에 출연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에 대해 “(당에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나는 그 일에 끼지 않으려 한다. 자기들끼리 누군가를 매달고 이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가 외부로 유출된 배경에 대해 주 비대위원장과 당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을 거명하며 “둘 중에 누군가가 ‘이걸 공개해서 신군부 등 표현을 집어내 보수 전통적 지지층에 나쁜 놈으로 만들어버리자’는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내부총질 문자에 대해 해명·사과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다면 수용할 용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저를 ‘품는다’는 표현에 대해 굉장히 모욕적으로 느끼는 이유가, 저는 가만히 있는데 본인들끼리 사고치고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결국에는 그 해법으로 이준석을 자르자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막 때린 다음에 ‘야, 너를 품어줄게’ 이러는 것인데 그래서 그런 게(윤 대통령의 사과 등) 가능할 리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책임 있는 사람들이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한다면 그 잘못된 판단을 되돌리는 것까지 해야 하는데 그럴 리 만무하지 않나. 또 그러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면이 상하는 일”이라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만 바로잡힐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당대표 재출마 여부에 대해 “당의 발전을 위해 역할이 있다면 해야 한다”면서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으려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며 “그래서 제가 나가려고 하면 옆구리 한번 찌르고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