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겁다. 논란이 가장 크게 일었던 미국 뉴욕을 떠나며 우리 국회에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하는가 하면 ‘빈손외교’ 논란을 의식한 듯 ‘세일즈 외교’를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뒤늦은 해명에도 야당 지칭 욕설 논란은 여전
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을 떠나면서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신이 참석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소개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하고 행동하겠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간 대화를 나눴다. 이후 그는 회의장을 떠나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을 낳았다.
애초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으로 알려졌으나,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가리킨 언급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미국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대통령 발언에서)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발언 경위에 대해 “우리나라는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의 공여 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러나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거대 야당이 국제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못할 것이라고 박 장관에게 전달했다”며 “이에 박 장관은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예산을 ‘날리면’(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기부금 공여를 약속한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이야기다.
김 수석은 야권 공세를 겨냥해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국을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순방외교는 국익을 위해 상대국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이다. 그러나 한 발 더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과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은 언제나 수용하지만,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은 국익 자해 행위”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0시 고위 관계자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 발언이 “사적 발언”이라며 진위를 판명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10시간 만에 대통령실이 브리핑 해명을 한 것은 ‘비속어’ 논란이 자칫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 성과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외교성과는 전무하고 남은 것이라곤 ‘이 XX’뿐”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이 XX들’이라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듣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은 논란을 희석하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앞서와 다른 정제된 표현으로 국회에 협력을 당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제사회의 연대는 구체적 행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에 보여준 첫 번째 연대는 70여 년 전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 대한민국 정부는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 공여를 약속했다”며 “미국의 60억 달러나 10억 달러 이상을 약속한 프랑스, 독일, 일본보다 적지만 이전보다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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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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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외교’ 의식한 ‘세일즈 외교’ 강조…11억5000만 달러 투자 약정 소개
윤 대통령은 또 이번 순방이 ‘빈손 외교’라는 국내 비판을 의식한 듯, 자신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현지 글로벌 기업들이 총 1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정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 기업 대표들과 함께 ‘북미 지역 투자 신고식 및 투자가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7개 글로벌 회사가 산업통상자원부에 1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신고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또 이들 기업은 반도체 바이오 정보기술 2차전지 물류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항공 등 분야를 총망라한다. 이들 업체는 우리나라에서 300여 명 이상을 고용해 첨단기술 연구·개발과 생산 확대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국에 투자하면 확실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책임지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역량도 가지고 있고, 한국 정부가 첨단산업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 기업들은 한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행사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선 세일즈 외교의 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첨단산업 분야와 친환경 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유치로 한국이 첨단 제조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부상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외국인 투자가 한국 경제의 혁신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날 또 윤 대통령은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 교수를 만났다. 윤 대통령은 허 교수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감동했고, 특히 한국에서 공부한 젊은 수학자의 수상이라 많은 이들의 자긍심을 높여줬다”고 축하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허 교수와 같은 젊은 수학자들을 포함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허 교수도 우리나라 수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중추적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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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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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서 마지막 일정…현지 석학·총리와 대담, 글로벌 공급망 협력 방안 논의
이날 오후 공군1호기 편으로 토론토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토론토대학을 방문해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석학과 대담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대담을 통해 디지털 강국 도약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한국과 캐나다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토론토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과 만찬 간담회를 연다. 토론토에는 동포 12만여 명이 거주 중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23일에는 수도인 오타와를 방문,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한·캐나다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양국 정상은 글로벌 공급망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