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 간 삼파전이 갑자기 치열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당권도전을 시사하는 글을 SNS에 올렸기 때문인데,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이를 의식한 발언을 이어갔다.

나 전 의원은 10일 유 전 의원이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자신이 7주째 1위를 했다는 여론조사를 공유한 것을 두고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힘 지지층 7주 연속 1등은 나”라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당대표 여론조사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자신이 대구·경북(TK) 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용된 기사에는 유 전 의원이 전통 보수 지지층이 밀집해 있는 대구·경북 거주 응답자 사이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보수 성향 응답자들 사이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사는 또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의 선전이 역선택으로 보기만은 어려운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은 30분 뒤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을 때, 유승민’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공유했다.

이 칼럼은 “이꼴 저꼴 보기 다 보기 싫은 이들이 유승민을 떠올린다. 유승민은 여기에 호응할 수 있을까”라며 차기 당권 조자로 거론되는 유 전 의원의 행보에 관심을 돌렸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등에 대해 잇따라 비판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지난 7일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 징계를 결정한 것을 두고 페이스북에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며 “양두구육이 징계사유라면 ‘이XX들’ ‘X팔린다’는 막막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유 전 의원이 차기 당 대표 주자로 부각되자 나 전 의원은 SNS에 “이제 슬슬 당권 경쟁이 시작되나 보다”며 “여론조사는 참 많은 함정이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여론조사 응답자들 사이에서 유 전 의원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역 선택 현상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또 “정권 초기부터 이준석 전 대표는 대통령을 양두구육이라며 흔들어대더니, 이제 유 전 의원이 뒤를 잇는가 보다”며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을 두고 공세를 이어갔다.

나 전 의원은 “자해하지 말자. 이 전 대표가 만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란 용어는 정권 초기 정권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얼마나 톡톡한 기여를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당권 주자들의 현란한 말 잔치에 또 정권이 흔들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보수정권이 해야 할 일을 시작도 못 할까 하는 기우가 기우로 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른소리 합동토론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안철수 의원도 유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어려울 것이라며 비판 대열에 끼었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MBN 방송에 출연해 “유 전 대표는 굉장히 좋은 자질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경기지사 경선 때 50대 50 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졌다. 그러다 보니까 당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경선룰이) 70대 30인 룰 하에서 과연 (유 전 의원이) 출마를 해야 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이제 당원들의 신뢰를 얻는 데 더 힘을 쓸 것인가 대해 많은 고민을 할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어 “(자신이) 윤석열 정부 5년의 밑그림을 다 그렸다”면서 “정부가 성공을 해야지 국민과 국가가 성공을 하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또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이끌 당 대표의 자격을 거론했다. 안 의원은 “당내에서 지금 오랫동안 기반을 닦으시고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으시지만 우선 (2024년 국회의원) 선거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중도”라며 “지금 현역 정치인 중에 저만큼 (중도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남이나 호남은 어느 정도 (표심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결국은 주도권을 쥐게 되고 1당이 되게 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지휘관이 나와야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말씀대로 제대로 정기국회를 마친 다음에 준비를 거쳐서 1월 2월 정도에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국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