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 과시 자칫 회원국 자극”
- ‘눈높이 외교 전략’ 필요한 시기

우리나라의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탈락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엔 ‘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산된 외교력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개도국 공략에는 ‘눈높이 외교’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어 엑스포 외교전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엑스포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18일 국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유엔 인권이사국 탈락이 부산 엑스포 유치엔 득이 될 수도 있다”면서 “개도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선진국 행세를 하는 것이 득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치러진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총 123표를 얻어 아시아태평양 그룹 중 5위를 기록, 4위까지 주어지는 이사국 티켓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실패 원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선거전략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국제기구 선거에 과다 입후보해 외교력을 분산한 것이 치명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올해 총 14건의 국제기구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교섭력이 약화됐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너무 많은 국제선거에 나서서 외교력을 낭비한 이번 실패를 계기로 부산 엑스포 유치라는 최대 과제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인권이사회 이사국 탈락 배경에는 개도국들의 견제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주요 국제기구에 너무 많이 진출하는 것 아니냐’ 혹은 ‘한국은 인권도 하고 기후변화도 하고 해양도 하고 다 해 먹으려 한다’는 일부 국가의 견제 심리가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 서방이 주도하는 활동에 불만을 가진 개도국들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따라서 개도국의 표심을 감안하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고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전략이 엑스포 유치전에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제기구 등의 선거에서 각국이 상호, 교환지지를 통해 표를 확보하는 ‘품앗이’ 문화를 감안하면 인권이사국 탈락은 엑스포 유치 때 오히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행히 이번 한덕수 국무총리의 순방 등 정부와 기업의 집중적인 공략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전날 귀국한 한 총리는 “칠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외 많은 분들이 부산 지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방문국마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대통령실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은 전날부터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 7개국 방문에 나섰고, 김윤일 미래정책비서관도 19일부터 가나 토고 등 아프리카 5개국 공략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