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 지역민과 소통채널 활용

9일 부산 동래구 미남교차로. 동래구 현역 의원인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내건 ‘277만 가구 난방비 지원’ 현수막과 더불어민주당 박성현 동래구 지역위원장 이름을 단 ‘윤석열 정권의 부산 차별 규탄한다’는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9일 부산 동래구 미남교차로에 더불어민주당 박성현 지역위원장과 국민의힘 김희곤 국회의원의 현수막이 아래 위로 걸려 있다.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동래구 주민 박모(45) 씨는 “명절에나 보던 정치인 현수막이 요즘 부쩍 많이 보인다”며 “간혹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각 당의 정책이나 현안을 알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내 곳곳에 정당이나 정치인 이름을 내건 현수막이 부쩍 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당 현수막은 지난해까지는 불법으로 간주돼 지정 게시대가 아니면 철거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제한이 정당 홍보 활동을 지나치게 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통상적인 정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금지·제한 규정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에 따라 정당 명칭과 연락처, 설치업체의 연락처와 게재 기간을 명시하면 어디든지 정당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행정안전부는 현수막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이드 라인을 제정, 현역의원이나 원외 위원장이 아닌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일반 당원이 현수막을 게시하면 불법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 같은 변화로 그동안 홍보에 애를 먹은 원외 위원장들의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외 위원장은 현행법상 선거사무소를 둘 수 없어 현역에 비해 불리했는데, 현수막 게시로 어느 정도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수막 내용도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명절 인사 혹은 큰 정치적 이슈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난방비 메가시티 가덕신공항 등 지역 현안이나 정책을 다룬 현수막이 부쩍 늘었다. 특정 지역 현안을 설명하는 현수막에 원외 위원장과 구의원이 함께 이름을 올린 현수막도 등장했다.

부산의 한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이전에는 같은 불법 현수막이라도 현역 의원은 비교적 오래 걸어놓는 반면 원외 위원장은 하루 만에 철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며 “특히 연세가 많은 유권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별로 없었는데 현수막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외 위원장도 “지역 현안뿐만 아니라 중앙당에서 고민하는 여러 현안을 주민에게 알리고 함께 고민할 수 있게돼 홍보에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