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등 위기 속 갈등해소 의지
- 전범 기업 배상 제외해 급물살
- 정상외교 위해 서둘렀단 지적도
- 日, 자국 기업 기부활동 선긋기
- 다른 현안서 주도권 뺏길 우려
‘고르디우스의 매듭’.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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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강제징용 배상 해법 등을 놓고 한일 정상 간 소통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언급한 단어다. 6일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가 수십 년간 복잡하게 얽혀온 한일 관계의 꼬인 매듭을 풀고 새로운 미래로 가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기존 매듭을 더 꼬는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은 한일관계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의 산물로 평가된다.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도 없고, 새로운 사죄 표명도 없어 피해자는 물론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방안임에도 윤 대통령이 이를 밀어붙인 것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승부수라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복합위기와 고도화된 북핵 위협 속에서 한일 간, 한·미·일 간 협력이 원활하게 작동되기 위해선 과거사에서 비롯한 한일 양국의 갈등 해소가 긴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일본이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를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인데 윤 대통령이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를 견인하는 데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내리면서 제3자 변제안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지난 정부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일본 피고기업 두 곳이 참여하는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죽어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었다”면서 “1965년도 합의(한일청구권 협정)에 큰 상처를 내지 않으면서 해결할 방안을 찾은 것이고, 일본 피고기업은 법적 책임을 피해 가면서 정치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점에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지나치게 일본 입장에 매몰돼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대원칙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면 외교 실책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일본 기업의 자발적 재단 기부를 용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로서는 민간인 또는 민간 기업에 의한 국내외 자발적인 기부 활동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가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평가하기보다는 “외교 협상에 능숙하지 않다”며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 등 다른 현안에서도 양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국내에서 큰 역풍이 일 수밖에 없고, 정부의 외교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외교를 위해 강제징용 합의를 촉박하게 진행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이달 중 윤 대통령의 방일을 통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 4월 한미 정상회담,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외교 등의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