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 분위기 띄우려는 압박감 속
- 기술적 준비 부족에도 강행 추측
- ICBM 기술 미완이란 평가 많아
- 누리호 성공도 조급하게 했을 듯
북한이 31일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지만 위성체 궤도 진입은커녕 발사체가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체를 쏜 지 2시간 30분 만인 오전 9시 5분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천리마-1’로 명명한 위성운반로켓의 신형 엔진과 연료에 사실상 기술적 결함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북한은 2012년과 2016년 액체 연료의 장거리 로켓을 이용해 비록 지금 정상 기능을 발휘하진 못하지만 위성체를 궤도에 올려놓은 바 있다. 아에 따라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기술력으로 볼 때 우주발사체 성패보다는 발사체에 탑재된 ‘위성’이 정상적으로 기능할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는데, 발사체 이상으로 로켓이 추락한 것이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종종 ICBM 발사에서 실패한 바 있어, 아직 ICBM 기술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 거듭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기술적 준비를 완벽히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를 서둘렀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기술적 완전성보다는 정치적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 달 27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앞두고 상반기 안에 ‘위성발사 성공’에 따른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과 인근 제2발사장에서 공사가 비체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의미보다는 정치적 기간 내 압박을 받으면서 해야 하는 문제로 설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인 공개 행보는 온통 정찰위성 발사에 집중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제작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잠행하다가 지난 16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한 자리에서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하며 위성 발사에 온전히 관심을 쏟고 있음을 보여줬다. 북한은 여기에 더해 내달 상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를 소집해둔 터라 이 자리를 위성 발사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로 삼으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상황은 북한이 2012년 4월 13일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가 실패한 상황과도 비슷하다. 당시는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앞둔 데다가 김 위원장이 막 집권을 시작한 시기여서 기술적 완비를 꼼꼼히 챙기기보다는 내부 결속을 위한 군사적 성과에 급급해 발사를 서두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한국의 우주개발 일정을 경쟁적으로 의식한 측면도 성급한 발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 25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이뤄진 지 나흘 뒤 위성 발사 예고 시기를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