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뭐라노-글로벌픽] 야스쿠니가 보여주는 역사의 교훈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7일부터 시작하는 일본의 추계 예대제(例大祭)를 앞두고 전날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에 속한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지난해 패전일(8월 15일)과 추계예대제 직전 이 신사를 참배한 데 이어 올해도 패전일 뒤인 8월 21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습니다. 그는 이번 참배 뒤 “국가와 가족을 생각하며 전화(戰禍)에 쓰러진 영령의 안녕을 빌었다”고 말했습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난 8월 21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는 토속 신을 모시는 7만9000여 개의 신사가 있는데,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불립니다. 도조 히데키 등의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근대 100여 년간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강제로 전쟁에 동원됐던 한국인 2만여 명도 이곳에 합사돼 있다고 합니다.

일본 패전 이후 연합군은 야스쿠니 신사를 없애려 했습니다. 당시 가톨릭계의 만류로 이 시설은 존속했고 1978년 일본 정부에 의해 은밀히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됩니다. 이후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나라의 우익 정치인과 학자들은 끊임 없이 ‘강한 일본 만들기’를 주창했습니다. “과거의 침략 전쟁은 세계사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역사공정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대표적인 행위가 돼 주변국과 갈등의 단초가 됐습니다. 태평양 전쟁 전사자 유족 중 일부가 조상의 이름을 야스쿠니에서 지워달라고 요청했지만, 신사 측은 “한 번 모셔진 영령은 하나의 신이 됐기 때문에 뺄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합니다. 관련 소송도 제기했으나 ‘종교적 인격권은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패소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오늘날 군국주의의 상징이 돼 일본 안팎으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과거에는 국민 통합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1874년 메이지 일왕이 이 신사에 참배한 게 계기였습니다. 신의 아들인 일왕이 전쟁 뒤 숨진 일반인을 신으로 모신 일은 당시 국민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던 모양입니다. 이후 야스쿠니 신사는 일왕을 위해 싸우다가 죽어 신이 된 이들을 모시는 상징적인 장소가 됐고, 태평양 전쟁 발발 뒤에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만나자’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전사자가 늘어 합사 규모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후 야스쿠니는 정치적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습니다. 1978년 이 신사에 A급 전범이 합사되자 히로히토 일왕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일왕인 헤이세이 일왕과 나루히토 일왕도 더는 이 신사에서 참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일왕들의 이같은 태도 변화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평화로운 국가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왕실과 2차 대전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조처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히로히토 일왕은 동학교도 살인과 청일전쟁, 러일전쟁 당시 ‘일왕의 군대’ 군인칙유를 내린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전후 연합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과 전략적 거래를 통해 태평양전쟁의 책임을 군부에 떠넘기고 2000만 아시안인 죽음의 책임을 회피했다는 겁니다.

세월이 흘러 일본이 항복 선언을 한지 40년째 되는 1985년 8월 현직 총리 최초로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해 주변국의 원성을 샀습니다. 일본의 전현직 총리들도 야스쿠니 참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태도를 달리해왔습니다. 재임 기간 야스쿠니에 발걸음 하지 않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퇴임 뒤 이 신사 참배를 재개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야스쿠니의 쓰임이 달라지고 있는 겁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고 다마구시 대금을 봉납했다고 합니다. 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예대제나 패전일에 비슷한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불편한 감정을 염두한 조치인데, 이에 대해 우리 나라에서는 행동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역대 일본 총리들이 전범을 모시는 신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대신 봉납이라는 애매모호한 조처로 주변국의 여론을 무마하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언제 다시 일본 정부가 과거의 역사 공정을 다시 시작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역사는 되풀이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그런 입장 변화를 늘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역사의 순간마다 위상이 달라졌던 야스쿠니가 오늘날 우리에게 보여주는 교훈의 메시지입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2. 2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8. 8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9. 9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10. 10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3. 3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4. 4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5. 5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6. 6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7. 7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8. 8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선관위 특검, 중앙선관위 등 7곳 압수수색…투표자수 허위입력 확인”
  1. 1[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2. 2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3. 3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4. 4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5. 5삼전닉스 급락에 코스피 5600선까지 추락…매도사이드카 발동
  6. 6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7. 7‘8% 넘게 폭락’ 두 달만에 코스피·코스닥 1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
  8. 8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9. 9[속보]“편의점 김밥 잘 골라야”… 속 재료·영양·가격 등 제품마다 제각각
  10. 10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7. 7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8. 8해인사, 팔만대장경 한 본 더 제작한다…29일 판각 시작 알리는 고불식
  9. 9근무 중 헬스장 222차례 간 경감…법원 “강등 정당”
  10. 10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6. 6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9. 9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10. 10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