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외교부는 29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종섭 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사 법률대리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오전 공지를 보내 “이 대사가 오늘 외교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으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며 대사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요청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아울러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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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3.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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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와 같은 특임공관장의 경우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 따라서 사의 수리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도주대사’ 프레임 확산으로 총선에 악역향을 미친 상황에서 이 대사가 공직에서 물러나 조사에 응하는 게 국민적 눈높이에 부응한다는 여권내 요구를 윤 대통령이 결국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가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에 물러나면서 핵심 우방국인 호주 주재 한국 대사가 또다시 공석이 됐다.
공수처는 이 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했으나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되면서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귀국했지만 이마저 ‘급조’ 논란이 일며 여론이 악화됐다.
이 대사의 사의 표명에도 야권에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의표명을 통한 사퇴수순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시켰어야 한다”한다 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사가 물러난 것만으론 미봉에 지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은 도주 대사 파문과 외교 결례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즉각 (이 전 장관의 대사직 사의 표명을) 수리하고 피의자를 도주시키듯 대사로 임명한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하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