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긴 여야가 합의안 도출보다는 ‘네탓’만 하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여당은 야당이 ‘감액 예산안’ 일방 처리를 사과하고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정부안에 민생 예산이 빠졌다고 지적하며 정부를 향해 증액 예산안 제출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확장재정을 강조한 것을 두고 “정부 예산안을 긴축예산이라고 비난하더니 4조 원을 추가 삭감해 더 긴축적으로 만들어 처리해놓고는 대구에 가서는 다시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고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몰염치 연기를 했다”며 “국민을 우롱해도 정도가 있지 이쯤 되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예산안을 삭감한 민주당의 이 대표가 지역사랑 상품권 등을 위한 재정확장 예산을 언급한 것이 ‘이재명표 지역사랑 상품권’ 예산 증액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그는 오는 10일로 시한이 잡힌 합의된 예산안 제출과 관련해선 “사과와 철회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그 어떤 추가 협상도 없다는 것을 거듭 말씀 드린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예산안은 애초부터 민생 경제 회생 목적이 아닌 초부자감세 유지와 권력기관 특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비정상 예산이었다”며 “예비비나 대통령실과 검찰, 감사원 특수활동비가 감액됐다고 국정이 마비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에게 사과하라고 하는데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어야 한다”며 “총 감액 규모 4조1000억 원은 정부예산안 총지출의 0.6%에 불과하고 (감액분의) 절반 이상이 사용처가 지정되지 않은 예비비 2조4000억 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털끝만큼이라도 민생·경제 회생을 바란다면 증액 예산안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정권을 반납하라”고 압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은 필요성이 소명된 특수활동비와 필요성이 입증된 특정업무경비는 감액하지 않았다. 증빙되지 않은 권력기관의 쌈짓돈만 감액한 것”이라며 “정부는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화폐, 고교 무상교육,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등 민생 예산에 하나같이 반대했다”고 응수했다. 그는 “정부 여당은 증액안부터 먼저 제시하라. 지금이라도 예산 증액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진성준 정책위의장. 김정록 기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훈 정책위의장, 추 원내대표, 서범수 사무총장. 김정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