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고비는 넘겼지만 대국민 담화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안을 정부여당에 일임하면서 사실상 식물대통령이 됐다.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 제시 없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직무배제를 통한 윤 대통령 조기퇴진과 국정운영 방향 등을 설명했지만 당장 이들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문제제기가 잇따른다. 한 대표가 ‘직무배제’ 됐다고 한 윤 대통령이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는 모습. 대통령실 김정록 기자 |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대통령 직무를 대신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전날 국회에서 탄핵안이 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됐다. 그럼에도 이날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발표한 공동 담화문에서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외교 등 국정에서 배제되며, 당 대표와 총리 간 회동이 주1회 이상 정례적으로 열린다고 했다.
질서 있는 퇴진을 두고도 친한(친한동훈)계는 국민정서를 고려한 ‘조기 하야’를 거론하는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는 ‘임기 단축 개헌’에 무게를 두는 등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전날 사임하면서 ‘원내지도부 공백’ 상황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직무 정지만이 유일하게 헌법에 정해진 절차”라며 탄핵 추진 방침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일 탄핵안을 재발의하고 토요일인 14일에 재표결을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임시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끊어가며 탄핵안 처리를 매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이 유고가 되면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행하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유고되지 않은 상태에 무슨 근거로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국정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권한은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와 여당의 대표가 나눠서 같이 행사하겠다는 것이야 말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또 다른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정부여당의 수습 방안은) 윤석열 내란이 한동훈·한덕수, 검찰 합작 2차 내란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 그건 탄핵 절차밖에 없다. 시건방지게 대통령 놀이 하지 말라”면서 한 대표는 당원들이 당무를 일임한 당대표일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