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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국회 본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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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국민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을 거부한 것이다. 지난 3일 밤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 유린이자 헌정질서 파괴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다. 대통령 탄핵 의미와 파장이 지대하다. 탄핵 이후도 문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반석을 더욱 굳건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흔들리는 경제를 지켜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은 명운을 걸고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하겠다. 정부 공직자들도 맡은 바 소임에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길 바란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선 재적 300명 가운데 30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무효 8표 기권 3표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안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가운데 치러진 이번 탄핵안 표결은 여당 의원 몇명이 찬성표를 던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을 유지한 채 투표에 참여했다. 질서 있는 퇴진을 내걸고 탄핵 일변도의 야당과 각을 세웠으나 결국 민심에 무릎을 꿇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6당 의원 191명이 발의한 2차 탄핵안은 전날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 사유는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비상계엄’에 대통령 지휘 아래 계엄군과 경찰이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한 점 등이 포함됐다.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령해 선관위 당직자의 휴대 전화를 압수한 내용 등도 담겼다.
탄핵안 가결로 윤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으면 즉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8년 전인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투표에 참여해 가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를 넘는 찬성 234명으로 통과됐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결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또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 헌재는 2개월 뒤인 5월 14일 국회의 청구를 기각했고, 노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역량을 모두 모아 집중적인 심리로 적기에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만 헌재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이어서 걱정이다. 국회는 헌재가 신속하게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협조해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에 앞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시간짜리 내란이 있냐”며 계엄 정당성을 강변했다. 지금이라도 헌재 결정에 기대지 말고 퇴진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많은 국민은 탄핵 받은 대통령이 내년 2~3월까지 직을 유지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여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헌재 결정 과정은 또다른 정치적 소용돌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초점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시기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다. 탄핵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국회 절대 다수당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정부 및 여당과의 순리적인 정치 일정을 마련해야 하겠다. 국민의힘은 바람 앞의 촛불 형국이다. 건전한 보수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탄핵 이후 정국에서 내분을 극복하고 질서 있는 정국 수습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한동훈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여야 모두 국가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경고등이 요란하게 깜빡이는 경제 문제엔 너나 없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금언은 유효하다. 열정과 책임, 균형감각이라는 정치인의 덕목이 절실한 때다.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제 정세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 영향에 숨죽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은 세계 판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은 이 와중에 미국와 우리나라의 균열을 노리며 핵을 앞세워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은가.
이번 탄핵안 가결의 원동력은 헌정 질서의 유린을 목도하며 분연히 일어선 국민이다. 이날도 전국에서 수많은 국민이 거리로 나와 탄핵을 주장했다. 물론 탄핵 반대 의견도 있었다. 국회를 중심으로한 정치권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계속 추동하되 모든 정치 과정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속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하고 촉구해야 할 것이다. 76년 헌정사에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거나 유고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 12·12 사태,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여섯 번째다. 그 위기 극복의 힘은 우리 국민에게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