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정부 들어 5차례 가동
- 분열·리더십 공백 드러내
- 與 지지율 25.7%로 추락

국민의힘이 한동훈 대표의 전격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부터 이어진 ‘시계 제로’의 상황이 악화하는 양상이다. 한 대표가 물러나면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고, 그를 중심으로 친윤(친윤석열)계가 당을 장악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당은 ‘비대위의 상시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정당의 비대위는 당 지도부가 공백 상태일 때 차기 리더십 공식 선출 전까지 임시로 수뇌부 역할을 맡는 기구를 일컫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이번 비대위는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꾼 2020년 이후 6번째, 윤석열 정부 들어서 5번째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첫 비대위가 꾸려진 2010년부터 14년 동안 12번의 비대위가 가동됐다. 특히 ‘최고위원 사퇴-지도부 붕괴’로 인한 비대위 출범은 이번이 두 번째다. 대표를 원내 의원들이 축출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것을 놓고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세력 재건이라는 목표가 요원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내부에서 나온다.

한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사퇴 등 현실적인 이유로 당대표에서는 물러나지만 ‘불법계엄을 자행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한 것에 후회는 없다’는 심경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이 진정한 보수의 선택이란 메시지로 자신을 향한 ‘배신자 프레임’에도 맞섰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표현도 친윤계과 강성 보수 지지층을 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의 사퇴로 비대위가 가동된 국민의힘은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관리형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차기 비대위원장을 내부 인사로 추대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곧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비대위원장은 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권 권한대행이 임명한다.

비대위 출범에 쓴소리도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8년 전 탄핵에서 우리 당이 정말 괴멸될 위기에 처했고 보수 정치가 망할 위기에 놓였지 않았느냐”라며 “그러면 지난 8년 간은 국민들한테 정말 사랑받고 지지받는 새로운 보수 정치를 위해 스스로 혁신하고 노력해야 했는데, 그걸 못 했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격탄을 맞았다. 12·3 계엄사태 발발 이후 탄핵 찬반으로 당이 내홍을 겪으면서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에 더블스코어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 1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25.7%로 더불어민주당(52.4%)에 26.7%포인트나 밀렸다. 부산 울산 경남에선 국민의힘은 33.7%, 민주당은 41.3%를 기록해 민주당 지지율이 7.6%포인트 더 높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