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위원장으로 정치입문 뒤 총선 참패
- 당대표로 복귀해 尹과 대립각 세웠지만
- 계엄·탄핵정국서 오락가락 이미지 타격
- 정치력 부재 논란…원내 우군 확보 실패
- “포기하지 않겠다” 재등판 가능성 시사

‘윤석열 정부 황태자에서 윤석열 배신자로’. 16일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한 한동훈 전 대표의 지난 1년은 극과 극을 오간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 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그는 지난해 12월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이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 처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올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도주대사’ 이종섭 논란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문제 등에서 대통령실 및 친윤(친윤석열)계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은 그의 사퇴를 요구했고,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도 심화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을 사임했지만 7·23 전당대회에서 62.8%(당원투표·여론조사 합산)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비대위원장 시절보다는 용산 대통령실과의 대립각을 더 자주 세우며 ‘정치인 한동훈’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결정과 관련,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선당후사’보다는 ‘선민후사’를 주장하며,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 국민의 화법을 쓰겠다는 초심은 지켰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력 부재가 논란이 되면서 원내 우군 확보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친한(친한동훈)계인 장동혁 전 최고위원조차 당지도부를 무력화하는 최고위원 사퇴를 결정·발표한 것도 정치초보인 한 전 대표의 정치적 한계를 드러낸 대목으로 꼽힌다. 그는 또 12·3 계엄정국 및 탄핵 정국 수습 과정에서 특유의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오락가락한 행보를 자처하면서 ‘국민 눈높이’를 외쳤던 정치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한 전 대표의 향후 행보는 여전한 관심사다. 그는 이날 ‘진정한 보수’를 내세우며 12·3 불법계엄을 막은 것이 보수를 배신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여러분, 포기하지 않습니다”고 말해 정치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의 대권 주자로 나설 수도 있지만,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정계 개편을 통해 다른 보수세력을 등에 업고 재등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인한 ‘배신자 프레임’이 국민의힘 내부에선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