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장집행 막아달라는 신호 해석
- 관저 앞 찬반 유튜버 충돌사태도
- 국론분열 메시지에 與 일각 비판
- 친윤도 “여러해석 가능” 말 아껴

수사 당국의 체포영장 발부에 불복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소환 조사에 불응한 윤석열 대통령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한밤 중 메시지를 던지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란 편지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시위대에 전했다. 이를 두고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윤 대통령이 지지층을 향해 자신을 보호하란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지층을 ‘자유민주주의 수호세력’이라고 언급하면서 “국가나 당이 주인이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이 주인”이라고 표현한 대목은 자신의 거취와 국정운영을 “우리 당과 정부에 일임하겠다”고 한 지난달 7일의 대국민 담화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당과 정부에 정국안정을 일임하고서는 정부의 법 집행을 막도록 종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2일 “경찰기동대가 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지지층이 반국가 세력인 경찰을 체포해도 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로에 누워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A4 용지 한 장짜리 메시지가 나오자 이날 오전부터 대통령 관저 앞엔 탄핵 찬반 유튜버들이 “윤석열 체포” “이재명 구속” 등 구호를 외치고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혼잡을 빚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윤 대통령이 ‘눈물의 친서’를 보냈다며 지지자들이 결집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밝힌 것이 결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검찰총장 출신인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모습과 국민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대통령이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는 메시지를 낸 것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태극기 시위대에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달라고 선동하는 것”이라며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질타했다. 김상욱(울산 남갑) 의원도 CBS 라디오에 나와 “혹세무민하고, 대중들 뒤에 숨어서 비겁한 행동과 말을 반복하는 것은 역사가 참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기록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대통령의 기본자세”라며 국민 갈등 심화를 우려했다.

친윤(윤석열)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와 관련한 질의에 말을 아꼈다. 탄핵을 반대한다는 점에서 지지층과 입장을 같이 하는 여당 지도부로서도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해석이다. 다만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지지자들이 추운 겨울에 밖에서 떨고 있는 상황에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지지자분들께 호소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하나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이 청구·발부된 것 자체가 처음이지만, 노태우 전두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에는 응한 뒤 구속됐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던 때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