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구금된 지 엿새 만인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정면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하거나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부정선거 주장은 음모론이 아니다”며 부정선거 수사 필요성이 있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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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에서 열린 3차 변론기일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이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문 대행이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기사 내용도 부정확하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은 그때 구속돼 있어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3일 밤 10시40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라는 취지의 문건을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최 대행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쪽지 내용을 질문 받자 “내용은 자세히 보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서 실무자가 저에게 준 참고자료”라고 답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단이 23일 김용현 전 장관의 증인신문에서 “(김 전 장관과) 대통령을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 절차에 준해서 하는 것이며 직무정지 상태라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이 사건은 피청구인인 대통령 저 자신이 가장 잘 아는데, (국회 측) 주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윤 대통령 측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 체포·사살 지시 의혹과 관련, 이날 심판정에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결코 체포·구금을 지시한 바 없고 실제 체포한 적도 없다”면서 “나아가 사살 같은 터무니없는 지시를 한 적 없다. 가짜 뉴스를 탄핵 소추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탄핵심판이 끝나자 “반헌법적 폭거를 일으키고 반성도 없이 또다시 폭동을 선동한다. 서부지법에 이어 이번에는 헌재를 겁박하기 위해 폭도들을 위한 땔감을 제공하려는 건지 답하라”(더불어민주당) “위헌적 조항으로 가득한 포고령의 작성을 놓고 비겁한 윤석열과 김용현이 폭탄 돌리기와 같은 책임 떠넘기기를 한다”(조국혁신당)고 힐난했다.
구속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헌재 지하주차장을 통해 심판정에 도착했다.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직접 탄핵심판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출석 확인이 끝나자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철 들고 난 이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다.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 재판관들께서 여러 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