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측 ‘12·3계엄의 밤’재구성
- 윤석열 직접지시 증언도 제시
- 尹 “직원 저항하니까 군 물러나
- 선관위는 시스템 확인 차원일 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했다. 수형복이 아닌 양복 차림에 머리도 손질했지만 지난 15일 체포 이후 엿새 동안의 수감 생활로 인한 피로감이 얼굴에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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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진행된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가 헌재에 도착하자 격앙된 목소리로 ‘탄핵 무효’를 외쳤다. 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심판정의 피청구인석에 착석한 뒤 문형배 헌법재판소 권한대행 등 재판관들이 입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다시 앉았다. 윤 대통령은 “헌법 소송으로 업무가 과중하신데 저의 탄핵 사건으로 고생하시게 돼 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국회 회의록과 CCTV 영상 등으로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부터 계엄군 투입까지 이어진 ‘계엄의 밤’을 재구성했다.
국회 대리인단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에 나와 “절차적 흠결이 있어 회의로 볼 수 없다”, “참석자 전원이 반대했다”, “정식 심의를 거치지 않아 회의록도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회의록을 제시했다.
이어 지난달 5일 자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 13일 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록을 통해서는 국회 통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입 등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와 계엄군 활동 내용 등을 제시했다. 구속된 군의 주요사령관들과 경찰 수뇌부들은 당시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졌으니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시라면서 14명의 (체포) 명단을 불러주며 정치인을 수도방위사령부로 이동할 것을 명했다” 등의 증언을 내놨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이어서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의 국회 진입 상황을 담은 영상을 재생했다. 특히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국회의장 공관에 출동한 계엄군의 모습도 CCTV에 포착됐다. 이들의 모습이 영상에 남은 시각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인 지난달 4일 새벽 1시42분이었다. 대리인단은 “추가적인 계엄을 시도하거나 해제 의결을 마비(저지)하고자 하는 것 아닌지 입증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한 계엄군도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남았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윤 대통령은 입을 다문 채 무표정으로 자리 앞에 놓인 모니터를 바라봤다. 선관위 영상이 재생되면서부터는 대형 스크린으로 시선을 옮겨 여러 차례 곁눈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상을 모두 본 윤 대통령은 “군인들이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좀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느냐.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데”라며 항변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 갑(甲)’”이라며 “제가 무리를 해서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게 한다고 해도 국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부정선거론’을 또다시 언급했다. 그는 “계엄을 선포하기 이전에 여러 가지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게 많이 있었다”며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했던 것.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단은 “선거 부정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탄핵심판의 쟁점이 아니다. 선거 부정의 음모론은 우리 공동체 자체를 파괴할 수 있고, 최근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도들의 만행은 이와 유사한 무책임한 주장들이 초래한 결과”라며 “선거 부정의 사유는 피청구인이 스스로 발표한 계엄 선포 사유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계엄이) 실패한 이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사유로 등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