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는 “극우범죄당에 갈 일 없어”
- 鄭 “보수 코스프레” SNS 설전

국민의힘 정연욱(60·부산 수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새로운 저격수로 부상했다. 강경 보수 일변의 박수영(부산 남) 의원과 법률 공세에 집중하는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의원 등 기존 ‘이재명 저격수’들과는 달리 기자 출신의 면모를 살려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이 대표를 공격한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현수막이 23일 부산 수영구의 거리에 걸려 있다. 김민정 기자

정 의원은 지난주 이 대표가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 발언한 것을 두고 ‘이재명, 중도보수 국민의힘 입당합니까’라는 문구를 지난 20일 개인 SNS에 게재하고, 같은 내용의 현수막도 내걸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개인 SNS에 이 내용을 게시하면서 “보수참칭하는 가짜 보수당의 입당권유를 사양한다. 헌정질서 파괴,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는 당이 어떻게 보수인가. 보수가 아니라 내란좀비당 같다. 극우범죄당에 입당할 생각 전혀 없으니 헛물켜지 말라”고 즉각 대응했다. 이에 정 의원은 “안 그래도 중도보수 코스프레하는 분은 입당 자격 없다고 한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

정 의원은 지난해 연말 탄핵 정국이 시작될 무렵 ‘이재명은 안 된다’는 내용의 현수막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조국혁신당이 부산 수영구에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다’는 현수막을 내건 것에 맞대응하는 차원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기 대선 입후보가 예견되는 이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게시 불허를 결정하자 정 의원은 ‘선관위 섣부른 결정 그럴 줄 알았다’ ‘선관위는 공정해야 한다’는 현수막으로 항의했고, 정치적 논란이 커지자 선관위는 게시를 허용했다.

초선인 정 의원은 부산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뒤 동아일보에서 3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총선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대부분을 정치부에서 근무했다. 그의 고교·대학 직속 선배인 박수영 의원이 강경 보수 성향인 반면 정 의원은 국회의 계엄 해제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18명의 의원 중 1명이다.

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유동철 후보와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윤(윤석열)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이에서 3자 구도로 싸웠다. 정 의원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50.33%로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수영구를 찾아 자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할 때 인근에서 진행하던 유세를 멈췄고, 이에 이 대표는 “민주주의의 기본은 서로 이야기를 들어 주고 판단하게 하는 것”이라며 유세 현장에서 정 의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정가의 주목을 받았다. 장예찬 후보가 확성기로 고성을 이어가며 이 대표를 공격하던 것과 대조를 보여 정치신인임에도 품격을 선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총선에서 정 의원은 상대적으로 지역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 지도부는 친윤(윤석열)계의 ‘눈치’를 의식한 듯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친윤과 친한(한동훈) 등 당의 계파 구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동시에 “정치색이 없다”는 시선도 받는다.

정 의원은 “보수의 기본 자치를 지키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수영구민의 높은 자부심에 보답하는 격이 있는 정치, 막중한 책임감과 권한에 걸맞은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