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4년 중임제’로 정했습니다. 지난 4일 오전 11시41분께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정문 게양대에 걸렸던 봉황기가 내려갑니다. 봉황기는 우리나라 국가수반의 상징으로 대통령 재임 기간 상시 게양되는데요. 임기 종료나 궐위 때 봉황기를 내려 대통령 직무 공백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2022년 5월 10일 용산 대통령실에 처음 내걸린 봉황기는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19분 만에 제거되죠.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2년 11개월 만에 물러났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파면된 두 번째이자 민주화 이후 최단명 국가수반이라는 오점도 안았죠. 한국은 다시 한번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합니다. 헌법 68조 2항에 따라 대통령 궐위 때 60일 이내에 후임을 선출해야 하는데요. 정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을 오는 6월 3일로 정했습니다.

그러던 지난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우 의장은 “대통령 임기 초에는 개헌이 국정 블랙홀이 될까 주저하고 임기 후반에는 레임덕으로 추진 동력이 사라진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탄핵과 비상계엄 등으로 드러난 권력구조 결함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근본적 한계를 보완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자는 것. 그러면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러 당 지도부와 다 얘기를 했다. 4년 중임제에 대해 상당히 공감대가 높다는 부분은 확인했다”고 말합니다.

4년 중임제는 5년인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현직 대통령이 한 번 더 출마해 연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재선 성공을 전제하면 8년이라는 긴 임기가 주어져 안정적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집권 3년 차 이후 레임덕으로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되는 현행 5년 단임제의 단점도 보완되죠. 국민은 대통령에게 4년 뒤 책임을 물을 수 있고요.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과 지지를 더욱 중시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통령 첫 임기 4년 동안 재선을 위해 성과가 눈에 띄는 단기 정책에만 치중하거나 포퓰리즘적 국정 운영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도 제기되고요. 재임 대통령은 임기 1년 후부터 정치적 영향력이 급감해 레임덕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의 현행 제6공화국 헌법은 6월 항쟁 이후에 만들어졌습니다. 1987년 10월 29일 공포된 제9차 개정 헌법에 따라 38년째 5년 단임제가 유지됐죠. 개헌 카드는 대선과 정국 전환의 주요 소재로 반복 등장합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 중임제 도입을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지만 무산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동안 권력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며 개헌안을 제시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약속했지만 취임한 뒤 “개헌은 경제 블랙홀”이라며 돌연 반대 견해를 밝힙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국민 중심 개헌’을 공약하고 개헌안까지 발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본회의 표결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죠. 윤 전 대통령도 ‘복귀와 함께 개헌’을 제시했지만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리며 없던 일이 됩니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 후 20일 이상 공고, 이후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 의결을 거쳐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데요. 우 의장 제안대로 대선과 개헌 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기엔 시간이 촉박합니다. 여야도 개헌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60일 이내 치러지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개헌 논의까지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개헌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지금은 개헌과 더 나은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고 우 의장의 제안을 사실상 일축했고요. 같은 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금 개헌이 최우선 과제인가 하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최우선 과제는 내란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그 책임을 묻는 일”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