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힘 “공영 방송 장악” 반발
- 민주 “민생 개혁법 발목 잡기”

지난 정부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EBS법 개정안) 중 방문진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방송3법 중 마지막으로 남은 법안인 EBS법 개정안이 곧바로 상정됐으며, 야당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즉각 착수했다.

국회가 21일 본회의를 열고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방문진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돼 국민의힘 표결 보이콧 속에 재석 171명 중 찬성 16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수를 종전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하고, 방송 직능단체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방문진법 표결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전 MBC기자였던 고 이용마 기자를 언급하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기틀이 마련된다”고 밝혔다. 이날은 MBC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뒤 복막암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사망한 이 기자의 6주기로, 이 대통령이 SNS 메시지로 고인을 회고한 셈이다.

방문진법 통과 직후 EBS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최형두(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을 필두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EBS법 개정안도 이사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하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최 의원은 “21대 국회 때까지 (법을) 그대로 유지해 온 것은 이게 글로벌 표준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방송3법에 대해서도 “국민의 재산인 지상파와 국민의 방송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사람에게 넘겨도 되느냐”며 “이게 바로 헌법 1조 위반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만일 이런(방송 3법) 얘기를 하면 국제사회가 ‘저 나라가 보편 가치의 표준에서 벗어나는구나, 언론의 자유를 흔들려고 하는구나’ 이런 의구심을 사기 시작하면 (한미)정상회의 때 우리 대통령의 권위도 무너진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민생 개혁 법안 처리에 대해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EBS법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을 제출했다. 이에 24시간 후인 22일 오전에 필리버스터는 종결된다. 다만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는 22일에는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한 만큼, EBS법 표결은 23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