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고강도 부동산 대책 이후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야당은 “부동산 대책이 아닌 재앙”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실기’를 집중 부각하고 나섰고, 여권에서는 “공급 대책 발표를 검토중”이라고 방어하면서도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을 겪은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내년 지방선거에도 쟁점이 될 조짐이 보이자 국민의힘은 부동산 특위를 띄우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책 없는 부동산 대책으로 온 국민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한마디로 부동산 테러”라며 “부동산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에서 출발한 어설픈 대책은 문재인 정권의 흑역사를 그대로 따라가며 대실패를 예고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한동훈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이 대통령의 공약은 ‘세금폭탄, 대출규제 같은 수요억제책 써서 억지로 집값 잡으려 하지 않고 공급확대책 쓰겠다는 것이었다”면서 “핵심 공약을 취임한 지 130일 만에 180도 바꿨다”면서 “부동산 공약을 정반대로 뒤집은 이유를 직접 설명하라”고 압박했다. 20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위·한은 국감에서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땜질식 처방’‘서울 추방령’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안과 언론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0.2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민심 이반 우려 속 정부의 10·15 대책 보완을 위한 ‘부동산 대책지원 TF를 구성하며 수습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보완하기 위해 후속 입법에 나서는 한편, 구체적인 공급 대책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을 시사한 데 대해서도 당은 “논의된 바 없다”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실수요자께서 겪으실 불편은 이해한다”면서도 “지금의 시장은 공급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비상한 국면”이라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아울러 “6·27과 10·15대책이 벌어준 시간 안에 시장 안정을 이끌 실질적 공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일 발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조사(지난 13~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8명 대상)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52.2%로 직전 조사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지난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14∼16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은 54%를 기록,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내렸다.(리얼미터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한국갤럽은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10·15 부동산 대책 외에도 한미 관세 협상 난항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구금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오른쪽)과 여한구 통성교섭본부장이 1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19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