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협정 개정 등 과제 산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백미였던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부는 3개월가량 이어진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에 합의하고,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위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번 협상 타결로 대미 투자에서 연간 투자 상한 한도를 200억 달러로 설정하는 등 대미 투자 구조를 확정해 외환시장의 실질적 부담을 경감시켰다.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또한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투자 외 보증도 포함했다. 비록 지난 7월 개괄적인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때 우리 정부가 생각한 ‘5% 이내 현금 투자’와는 거리가 멀지만 일본보다 ‘선방’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원금을 사실상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성과로 주목받았다. 한국 정부가 판단했을 때 합리적이지 않고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사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방편을 마련한 셈이다. 아울러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가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기로 하고 20년 이내에 원리금을 전액 돌려 받지 못하면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기로 상호 양해가 이뤄졌다.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등 관세 인하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했고,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관세를 적용하기로 협의한 것도 높게 평가받는다. 동시에 대미 투자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미국의 유무형 지원을 확보하는 등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도 대폭 커졌다. 정부는 농업 분야 추가 시장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다는 자평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오랜 숙원이었던 핵추진 잠수함(SSN)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이라는 과제도 풀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다음 날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의 건조를 전제로 “한국이 기동성이 떨어지는 구식 디젤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핵연료 공급 문제를 풀면서 한국은 세계 8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부담을 한국과 더 많이 나누려는 미국의 기대와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적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란 평가다.
다만 후속 과제가 만만찮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미 의회 승인이 필요하며, 핵잠수함 도입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