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 전부터 파행 우려 속에 출발했다. 핵심 자료 미제출 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청문회 초반을 집어삼키며 파행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했지만, 국민의힘이 “자료 없는 청문회는 무의미하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사진행 발언이 40분 넘게 이어졌다.

국민의힘 간사 배준영 의원은 “후보자와 감사원이 청문회를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탄핵까지 간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는 왜 예외냐”고 몰아붙였다. 곽규택 의원도 외화 예금·송금 자료 미제출을 문제 삼으며 정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격했다. 여당 간사 김승원 의원은 “야당이 자료 제출을 빌미로 청문회를 파행시키고 있다”며 “신상털기식, 저인망식 자료 요구가 사태의 본질”이라고 맞섰다. 백승아 의원도 “직무 수행과 무관한 사생활 침해성 요구가 지나치다”고 했다.

여야 공방이 장시간 이어지자 국민의힘 소속 정점식 위원장은 “후보자는 자료 제출에 협조하고, 여야는 청문회를 진행하자”며 중재에 나섰고, 이후 본질의가 시작됐다.

김 후보자는 감사원 개혁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감사원이 독립성과 중립성 논란으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내부 감찰 부서 개편을 통해 자정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정책 감사와 강압 감사로 공직사회가 위축됐다는 평가도 인정했다.

이어 “외부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을 막기 위해 제가 솔선수범하겠다”며 “감사위원회가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되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방은 곧바로 재점화됐다. 김 후보자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이력을 두고 야권의 공세가 이어졌다. 곽규택 의원은 “민변이 ‘공직 진출용 변호사 모임’으로 변질됐다”며 국가기관 요직 독식을 주장했고,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도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민변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법률가 단체”라며 반박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민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적 공세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청문회 종료 직후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자료 제출 문제를 고리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청문회 후반 역시 격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