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준비한 이력서를 넣을 곳이 마땅치 않네요."
지난 7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울산 경남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부산 모 대학 4학년생 김진주(24·여) 씨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국제통상학 전공으로 토익점수가 900점을 웃돌아 자신이 원하는 해외영업직 부문에 면접을 볼 곳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참가 업체 대부분이 제조업종이고 생산기능·기술직 위주로 뽑다보니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씨처럼 여대생들이 채용박람회에서 응시할 곳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용박람회에 오는 여대생 중에는 이공계와 어학·상경계열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찾아오지만 참여 업체 대부분이 이공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부·울·경 기업이 대거 참여한 지난 5일에는 135개 기업체 중 65% 이상이 조선기자재 및 기계 제조업체였다. 이들은 금형설계, 생산관리직 등 이공계 인력을 모집했다.
어학·상경계열의 여대생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노보텔앰배서더 호텔(호텔경영), 아모레퍼시픽(영업직) 등 일부에 불과했다. 이를 반영하듯 신항만주식회사(164명), 교수공제회(121명) 등 영업·사무직을 모집한 곳은 여대생을 비롯해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반면 금형설계직을 모집한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성우하이텍 부스에는 50여 명이 찾아왔으나 이들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부산의 건실한 업체 중 기계부품·조선기자재 업종이 많은 데다, 인력이 필요한 중소 제조업체는 이공계의 고급인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금속가공업체 비엠티의 인사담당자는 "여대생을 받으려 해도 대부분 전공이 맞지 않거나 준비가 부족해 적절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과 여성의 구인-구직 눈높이 차이가 큰 것도 문제다. 부산광역시여성센터 하정화 전문위원은 "기업은 여대생이 연봉, 근무환경 등을 따지고 결혼 후 바로 퇴직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이에 비해 여대생은 근무조건만 따져 중소기업에 가는 것을 기피해 인식의 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채용박람회뿐 아니라 여대생 채용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부산의 4개 대학(신라대 동아대 동의대 동서대)에서 '여대생 커리어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신라대, 동의대에서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도다.
따라서 여대생을 위한 맞춤형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신라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장 장희정 교수는 "여대생들은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가 늦는 경우가 많아 일찍부터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