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는 안전성 면에서도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 중앙분리대와 갓길이 모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우선 중앙분리대가 도마에 올랐다. 거가대교는 지난해 5월 인도가 없는 설계속도 시속 80㎞의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됐다. '도로의 구조·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전용도로의 중앙분리대는 너비 1.5m 이상의 분리대와 너비 0.5m 이상의 측대를 합쳐 2m 이상으로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거가대교 사장교의 중앙분리대는 일반도로 설계 기준인 1.5m(분리대 0.57m와 측대 0.465m)에 불과하다. 자동차 전용도로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측대 역시 0.5m가 안 돼 도로의 안전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갓길 역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설계속도 시속 80㎞의 도로는 너비 2m 이상의 갓길을 확보해야 한다. 길이 1000m 이상의 터널에서 불가피하게 갓길 너비를 줄일 경우 최소 750m의 간격으로 비상주차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념설계에서도 거가대교 침매터널(연장 3.24㎞)의 갓길 너비는 2m로 돼 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는 갓길 오른쪽에 설치하는 방호벽 형태의 턱(너비 0.1m)까지 갓길 너비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실제 갓길의 너비는 1.9m로 줄었다. 한 교통전문가는 "갓길은 말 그대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자동차를 세울 수 없는 턱을 갓길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수심 40m 이상인 해저 침매터널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차량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사장교 중앙분리대와 침매터널 갓길 너비를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17일 "기준에 맞게 보완하는 방안을 민간사업자와 협의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