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 침매터널을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중앙분리대와 갓길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차량이 신속하게 대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제신문DB

- 147개 공정 하도급 후려치기, 절감 공사비 3874억도 '꿀꺽'
- 통행량과 관계 조사 외면, 높은 통행료 서민에 떠넘겨
- 일각선 "공무원 유착 의혹"

감사원의 '거가대교(통칭 거가대로) 감사보고서'를 보면 특혜도 이런 특혜가 없다. 주먹구구식 사업비 산정에 저가 하도급이 만연하는데도 행정기관의 감독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시민사회는 17일 "통행료 뻥튀기에 들어보지도 못한 '개념설계'가 어떻게 도입될 수 있느냐"며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특혜1:민간 입맛대로 사업비 산정

1998년 부산시와 경남도는 거가대교민간유치시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때이다. 대우건설이 대주주인 GK해상도로(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GK해상도로(주)는 기본설계가 아닌 '개념설계'와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 산출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패스트 트랙이란 전체 공구 가운데 1, 2공구만 우선 설계해 시공하면서 동시에 나머지 공구를 설계하는 것이다. 공정이 빠른 장점이 있지만 전체 사업비를 추산하기는 어렵다. 반면 기본설계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바탕으로 다리의 공법·규모·공사기간을 반영해 설계도면을 제출하기 때문에 개념설계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개념설계의 허점을 보완하려고 전문가 자문을 얻어 10여 차례 협상을 하다가 갑자기 민간사업자의 요구를 수용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주)는 당시 "패스트 트랙으로 총공사비를 확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시설계가 끝나는 시점에서 조정하거나 정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만약 실시협약에서 '사후 정산'이라는 조건이 포함됐다면 GK해상도로(주)가 저가 하도급으로 절감한 공사비 3874억 원 전액 또는 일부를 환수해 통행료를 낮출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원래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공사비는 2조588억 원이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크게 낮춘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혜2:저가 하도급 계약 방치

감사원에 따르면 한 건설사는 거가대교 상부 제작장 파일기초공사를 수주하면서 원도급액의 15.34%인 5억3020만 원에 계약했다. GK시공사업단이 계약한 147개 공정의 하도급률은 평균 66.5%에 불과했다. 현행 '건설공사 하도급 심사기준'에 따르면 하도급 비율이 82% 미만인 경우 적정성을 심사해야 한다. 발주자인 GK해상도로(주)는 하나 마나한 하도급 심사를 했다. 원도급자인 GK시공사업단이 만든 기준으로 심사한 것이다. 시민단체는 "사실상 발주자와 원도급자가 짜고 친 것이다. GK해상도로(주)의 대주주가 GK시공사업단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하도급률 82% 미만인 100건을 대상으로 재조사한 결과 95건이 하도급 기준에 미달했다. 부산시와 경남도의 방관이 GK해상도로(주)의 배만 불리고 저가 하도급을 받은 중소 건설사들의 생존은위협한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 관계자는 "명백한 대기업의 횡포다. 하도급 건설사들이 대부분 향토기업이라는 점에서 거가대교건설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특혜 3:통행료 탄력도 조사 생략

부산시와 경남도는 거가대교 통행료를 분석하면서 통행량과의 상관관계(탄력도)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본지 지난 16일 자 1·3면 보도). 감사원이 민간사업자인 GK해상도로(주)가 제출한 '거가대교 민자유치시설 사업계획서(1998년 5월)'와 '거가대교 민간투자사업 수정사업계획서'를 재검토했더니 소형차 기준 8000원으로 요금을 낮춰도 탄력도가 1.15로 나타났다. 통행료가 6000~8000원일 때 연간 운영수익은 964억~1064억 원으로 1만 원(952억 원)으로 책정한 것보다 많았다. 요금을 낮춰 받으면 통행량 증가로 이어져 더 유리하다는 의미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18일 만나 거가대교 통행요금과 통행량 사이의 탄력도 분석을 위한 협의를 갖기로 했다.

여기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기본설계를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개념설계와의 차이를 민간사업자에게 통보한다'는 규정도 어겼다. 이 때문에 침매터널 소방설비(스프링클러) 누락과 침매터널 갓길 폭 축소에 따른 공사비 차액 402억1000만 원을 아직도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