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 총사업비가 '개념설계'를 근거로 확정됐다는 지적(본지 지난 18일 자 1·3면 보도)에 부산시 공무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감사원의 '거가대교 통행료 산정 실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면 개념설계란 기본계획과 기본설계의 중간으로 공법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다.

토목 기술직으로 20여 년을 근무했다는 한 퇴직 공무원은 18일 "개념설계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면서 "국가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기본설계나 실시설계를 마치고 사업비를 확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왜 개념설계를 적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유주열 도로계획과장은 "개념설계를 바탕으로 사업비가 책정된 민간투자사업은 거가대교가 유일하다. 본격 설계에 앞서 '사전 공사비 확정' 형태로 실시협약을 체결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도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인 GK해상도로(주)가 사업계획서를 처음 제출한 1998년에 민간투자사업을 담당했던 한 공무원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같은 개념으로 봤다"고 실토했다. 이 둘의 차이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산시 허대영 건설방재관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다. 통행료 8000원(소형차 기준)이 적당하다는 감사원 권고에 대해서는 "지난 1~3월 실제 통행량을 토대로 탄력도 분석을 한 결과 1만1000원이 적정 수준으로 조사됐다. 미래 통행량 수요를 예측해 적정 통행요금을 정확히 책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감사원 권고를 수용해 탄력도 재분석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시의회 이해동 의원은 "부산시와 경남도가 거가대교 건설을 서두르기 위해 민간사업자의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며 "현재 GK해상도로(주)가 운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매각차익 환수를 통한 통행료 인하와 최소운영수입보장률(MGR)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