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 재정적자 감축안 합의로 과감한 경기부양책은 힘들어
- 제로금리 유지·자금 투입 전망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하고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벤 버냉키 의장이 시장 안정과 경기 회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미 정부와 의회가 대규모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합의한 만큼 버냉키 의장이 동원할 수 있는 선택 수단이 제한돼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기가 다시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3차 양적완화(QE) 정책이라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 빚'을 줄이려면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구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부양조치에 대해 중국이나 신흥시장국들이 인플레를 유발한다며 반발하는 점도 버냉키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공황 이후 과열되는 경기를 진정시키려다가 경기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빠졌던 1937년의 실수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시 미국 경제는 대공황 이후 실시된 경기부양조치 덕에 3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지속했는데 미국 중앙은행은 과열과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대출을 억제하는 등 진정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미국 연방정부의 지출은 10%가 줄고 1938년에는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며 실업률이 치솟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른바 '성급한 출구전략'의 역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최근 제기되는 우려는 바로 미국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정부 지출을 과도하게 삭감하면 경기를 부양할 수단이 제한되고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일단 연준이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면서 국채 매입등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더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미 의회가 추가적인 경기부양 방안을 승인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왔지만, 이번 국가채무 한도 증액과 재정적자 협상 과정에서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 때문에 내년 초 경제성장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상반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0%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