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장중 143.75포인트 폭락한 8일 오후 부산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가 전광판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장초반 코스피 1900선 방어, 낙폭 키우더니 1800선 위협
- 사이드카 발동 이후 진정세
- 코스닥도 서킷브레이커, 반대매매가 폭락 주원인
- 증권사 "전망하기 힘들어", 美 경제지표 등으로 향방
- 정부 "증시동향 예의주시"

8일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공포감에 파랗게 질렸다.

■경제 위기 불확실성 공포감 조장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18포인트(1.40%) 내린 1916.57로 출발했다. 지난 2~5일 2~3% 이상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오전에 코스피지수의 낙폭은 1%대를 유지하며 1900선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듯했다. 증권가에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너무 성급했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20분께 낙폭을 2% 이상으로 키우더니 11시26분 1900선이 붕괴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9일(1895.54) 이후 8개월여 만이었다.

지수는 곤두박질쳤다. 낙폭을 순식간에 3%, 4%로 확대하더니 오후 1시8분에는 1850선도 무너졌다. 20여분 만인 오후 1시29분 코스피지수는 143.75포인트(7.40%) 폭락하며 1800에 도달했다. 하루 만에 1900선과 1800선이 동시에 붕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 정지)를 발동했다. 코스피200 선물에서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됐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1800을 저점으로 장 후반에 그나마 낙폭을 다소 줄여, 결국 전날보다 74.30포인트(3.82%) 내린 1869.45로 마감했다.

장 막판 기관 매수세가 유입돼 지수는 가까스로 1860선을 유지했으나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행렬을 보고 패닉에 빠진 개인들은 이날 하루 7366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투매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5일분까지 합하면 개인의 순매도 물량은 이틀간 1조3000억 원이 넘는다.

코스닥지수의 급락세는 공포감을 더욱 조장했다. 코스닥지수는 정오께 낙폭을 5% 이상 늘리다가 오후 1시10분 10.41% 하락한 443.94까지 급락했다. 지수가 10% 이상 폭락하자 한국거래소는 오후 1시10분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를 발동, 20분간 매매를 중단했다. 코스닥지수는 장 후반 낙폭을 32.86포인트(6.63%) 내린 462.69로 마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날 오후 코스피지수가 집중적으로 하락한 이유로 빚을 내 투자한 투자자들의 반대매매를 꼽았다. 또 개인 순매도 규모가 커진 것은 자문형 랩 어카운트 등에서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교보증권 송상훈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주가 폭락으로 신용잔고가 깡통이 됐고 이로 인해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폭락장세를 연출했다"고 말했다.

■증시 전망 예측하기 어려워

미국발 신용등급 강등 공포에 증시가 직격탄을 맞자 주요 증권사들은 전망 자체를 포기한 상황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지수 하단이 1870이었는데 이미 지수가 그 아래로 떨어졌다. 대형주가 하루에 10%씩 빠지는 장세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서면지점 이희준 지점장은 "단기적으로 급반등하기 어렵고 한두 차례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조정 뒤에는 상승하는 양상이므로 무분별한 매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증시 하락은 심리적 공포감이 큰 만큼 이번 주 미국이 소매 판매, 소비자심리지수, 국제수지 등을 발표하면 그 향방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만큼 미국이 3차 양적완화(QE3)를 포함한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당장 9일 새벽(한국시간) 장을 마감하는 미국 증시의 결과에 따라 이날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2008년 리먼사태 직후인 9월 16일에는 코스피지수가 90포인트(6.1%)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51원 가까이 상승했지만 오늘은 코스피가 74포인트(3.82%) 하락하고 환율은 15원 올랐다"며 "현재 상황은 모든 동향을 예의주시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이날 '위기 이후 대외 건전성 지표 대폭 개선' 자료를 발표, 리먼사태 당시보다 우리나라의 대외부문 주요 건전성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