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2008년 리먼 브러더스사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금융업계에는 당시와 달리 유동성 이탈 조짐이 보이지 않는 등 양상이 다르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 상황은 세 가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가장 명확한 차이는 근본 원인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3년 전 위기는 주택 구입자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해 국제금융시장이 초토화됐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경기부양과 부채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진 미국 정부가 금융과 기업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3년 전 위기 때는 금융회사와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 매며 부채 축소에 나서야 했고 이는 대규모 경기 침체를 야기했다. 이에 비해 지금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투자와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위기가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거나 은행권의 구제금융 등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시장에 현금이 넘치고 있어 이런 대책도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는 우리 시장에도 적용된다. 미국발 경제 위기로 증시가 폭락했고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점은 닮았지만 3년 전보다 경제 체력이 튼튼해졌다는 점은 다르다. 지난달 27.3%의 수출 증가세를 보이는 등 경기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3년새 27.9%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