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중소기업 더 깊은 시름
- FTA 체결 효과도 반감 전망

케이블베어 전문업체 코닥트 심술진 대표는 요즘 환율 추이를 살펴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며칠째 환율이 불안정한 등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수출량 확대에 공을 들였는데 이제와서 환율이 발목을 잡게 생겼다"고 9일 말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패닉 상태이고 주요 기업들도 '2008년 리먼브러더스 악몽'을 떠올리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전망은 국내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재정 지출을 감축하기로 한 미국으로서는 3차 양적완화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경기를 부양하기 어렵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성장 회복세는 한 단계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국내 수출 기업들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신석하 거시동향연구팀장은 "실물 지표보다 금융 지표가 더 충격을 받는 양상이다. 미국 고용 지표도 괜찮게 나온만큼 이번 쇼크로 실물 경제가 어떻게 반응할지 우선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은 재정위기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도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비상 경영 국면으로 전환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 올해 대형 M&A나 신규 사업 진출,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 기업들은 자금줄이 막혀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면서 대책 강구에 나섰고 주요 수출기업들은 증시 폭락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과 수요위축으로 실적이 급전직하할 가능성에 대비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발 경제 충격으로 하반기 지역 중소기업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의 일등공신이었던 수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부산본부 관계자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지역 중소기업이 진출할만한 선진국가로 손꼽혔는데 최근 이들 국가 모두 상황이 안좋아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효과도 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진흥원 이상엽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수출 주도로 성장하던 지역 중소기업들이 하반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이 지진 피해 복구에 나섰고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로 눈을 돌릴 경우 타격을 상쇄시킬 수 있다. 지역 기업들은 원가 절감, 수출 다변화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