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9일 한 투자자가 장 중 1700 선이 무너진 코스피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코스피 이틀 연속 사이드카, 한국 CDS 프리미엄 최고치
- 미국 국채는 오히려 강세
- 환율 6거래일째↑ 1088.10원, 전문가 주중 1100원대 예상
- "장기간 급등 어려워" 분석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미국발 금융 공포가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견고해졌다는 평가에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고조되면서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해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환율은 1090원 부근까지 치고 올라왔다.

■증권시장 패닉

1807.88로 출발한 9일 코스피지수는 개장 후 2분여 만에 1800 선이 붕괴된 뒤 오전 11시12분에 1700 선이 무너지더니 11시20분에는 장 중 1684까지 폭락했다. 하지만 장 후반 기관의 연기금 투입으로 하락폭을 줄이면서 1800 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국가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8일 기준 135bp로 하루 만에 18bp(1bp=0.01%)가 급등하면서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차입 여건도 나빠지면서 주요 7개 은행의 CDS 프리미엄 평균은 5일 140.0bp에서 8일 142.9bp로 상승했다. 2010년 11월 30일(143.2bp) 이후 최고치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당사자인 미국은 오히려 국채 강세를 보이며 선전하는 반면 유럽과 아시아가 더 큰 충격을 받는 아이러니한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투자금 회수에 나서야 하는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는 유럽과 위험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 등에 투자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이 오버슈팅(일시적 폭등 후 균형을 찾은)하는 경향도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공조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으면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급등세 당분간 지속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0원 오른 1088.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연일 급등하는 환율에 고점 매도를 노린 기업들의 달러 매도 주문이 밀려들면서 외환 딜러들은 종일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급등세를 이어가 이번 주 중 1100원대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발 충격과 유로존의 재정 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환율이 추세 상승 쪽으로 가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미 신용등급 강등은 결국 달러 가치 하락을 뜻하고, 미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3차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든다면 이 역시 달러 공급을 의미하는 것으로 글로벌 달러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국내 펀더멘털 개선, 대기업 수출 호조 등에 따른 시장으로의 달러 공급 요인 등을 고려할 때 환율 급등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최근 환율 급등은 외부 충격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가 (달러)유동성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우리 경제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환율도 빠른 회복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